여름방학을 앞둔 며칠 전이었다. 방학식을 하는 날은 수업을 안 하고 점심도 안 먹고 일찍 집에 간다고 하니 아이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왜 수업 안 해요?” 한다. 방학식 날의 통상적인 일정인데 3학년 아이들은 아직 학교 일상에 익숙지 않아서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을 안 하는 것에 실망감을 내비치는 아이들은 내 교직생애에 처음 본다. “얘들아, 수업 안 하면 좋은 거잖아? 너희들은 공부하는 게 좋니? 그럼 수업할까?” 했더니, “네! 수업해요.”라고 답한다. 모든 아이들의 속마음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집단의 의사는 항상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하지만 소수일지언정 학구적 열의를 지닌 학생들이 집단의 분위기를 지배해가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현상이다. 놀라운 것은 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