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부모에게 20

책 쓰는 선생님

경북교육청에 다녀왔다. ‘책 쓰는 선생님’ 성과 나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년 간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우리 교육청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자 한다. ‘책 쓰는 선생님’은 경북교육청에서 2021학년도에 추진한 창의적이고 실속 있는 성과를 거둔 모범적인 사업이라 평가하고 싶다. 책 집필을 희망한 교사 가운데 23명을 선발하여 교육청에서 200~300만원 지원을 해줬다. 참가자 가운데 나처럼 예전에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처음 책을 내시는 분들이다. 누구든 마음만 있을 뿐 선뜻 책을 낼 용기를 품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분들에게 경북 교육청이 추진한 이 사업은 강력한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300만원이라는 돈도 돈이지만 20~30팀(개인 저자도 있고 공동 저자도 있다) 규..

교사가 학부모에게

에 이어 라는 책을 냈습니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지었습니다. 학부모님 외에 선생님들과 일반 시민들께서도 흥미있게 읽으실 겁니다. 페친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주위에 많이 홍보해주시고요, 프롤로그 글을 붙여 봅니다. # 프롤로그 -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희망의 교육공동체를 소망하며 1988년 3월 교단에 첫발을 내디딘 뒤 어느덧 34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30년이 훌쩍 지났으니, 제 초임 때와 지금의 학교는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실감 날 정도로 많이 변했습니다. 그 시절의 학교는 몹시 궁핍해서 한겨울에도 춥게 지냈지만, 지금의 학교는 모든 것이 풍족합니다. 통계를 살펴보니, 1988년에 3조..

어른들과는 다른 사고의 패러다임

내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공주와 달’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공주는 원하는 것은 뭐든 가져야했고 그 철부지를 너무도 끔찍이 여기는 왕은 그의 소원을 다 들어 주고자했습니다. 어느 날 공주는 밤하늘의 달을 왕에게 따달라고 졸랐습니다. 왕이 대신들을 불러 모아 공주를 위해 달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하달하자 신하들은 하나 같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시종장은 달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못 따온다 하고 왕국에서 가장 똑똑한 수학자는 달까지의 거리가 38만 킬로미터나 된다는 전문적인 식견을 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달에 대한 공주의 집착은 더욱 커져만 갔고 급기야 달을 따 줄 때까지 밥을 먹지 않겠다며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왕의 ..

영어교육의 중요성과 올바른 방향

주위 사람들로부터 “박학다식하다”는 말을 가끔씩 듣는 편이다. 이 글을 통해 고백하건대, 이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그저 여러 분야에 흥미(관심)가 많고 때론 박학다식한 척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실제로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본다. 지적 역량과 관련하여 내게 작은 재주가 있다면, 영어 실력이 조금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아니다. 외국 사람과 영어로 유창하게 소통하거나 하진 못한다. 다만 영어 사전 없이 웬만한 영어 글을 읽을 수 있는 실력은 있다. 내가 박학다식한 척 할 수 있는 것은 이 덕분이라 하겠다. 어제 쓴 영화 평론 글의 예를 들면, 아바(ABBA)의 노래 ‘Fernando’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는 99%가 기존 나의 지식이 아니라 그 글 쓰면서 영문 위키 피디어를 통..

공부도 맛있게

여름방학을 앞둔 며칠 전이었다. 방학식을 하는 날은 수업을 안 하고 점심도 안 먹고 일찍 집에 간다고 하니 아이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왜 수업 안 해요?” 한다. 방학식 날의 통상적인 일정인데 3학년 아이들은 아직 학교 일상에 익숙지 않아서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을 안 하는 것에 실망감을 내비치는 아이들은 내 교직생애에 처음 본다. “얘들아, 수업 안 하면 좋은 거잖아? 너희들은 공부하는 게 좋니? 그럼 수업할까?” 했더니, “네! 수업해요.”라고 답한다. 모든 아이들의 속마음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집단의 의사는 항상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하지만 소수일지언정 학구적 열의를 지닌 학생들이 집단의 분위기를 지배해가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현상이다. 놀라운 것은 나머..

글쓰기와 메타인지 역량

우리 집 아이들이 어렸을 적이니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거실에 어항을 꾸며 놓고 싶어서 동네 수족관 집을 찾았다. 어항 세트와 열대어를 고른 뒤에 주인아저씨로부터 어항을 관리하는 요령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으로 수질 관리를 위해 무슨 약품을 며칠 만에 투입하라는 내용은 종이에 적어주셨다. 그런데 집에 와서 종이를 펼쳐 보니 조금 전에 말로 들었던 내용과는 다르게 적혀 있었다. 1달 14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 한 달에 한 개씩 넣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14개라니...... 그리고 10개면 10개지 14개는 또 뭔가?’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이 풀렸다. 아저씨가 내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 속의 숫자는 14가 아닌 1이었다. 그 분은 “한 달에 하나”라는 뜻으로 “1달 1..

학습에 대한 갈증

2교시 수학 시간이었다. 마침 시간이 다 돼 가는데 과제 올라온 아이가 딸랑 2명뿐이었다. 40분 수업에 보통 20분 지나면 과제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경우도 아주 앞서 가거나 성의 없이 대충 해내는 아이들이고 평균적으로 30분이 지나 해내는 경우가 많다. 슬로우 러너들은 40분 마칠 때까지 못 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20분쯤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게 정상인데 30분쯤에 올라왔으니 과제 양이 많았다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반성하는 마음에서 과 같은 글을 올렸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놀랍다. 과제 안 줄여주셔도 되는데.. ㅎㅎ 안 힘들어요. 하트 하트 하트 감사합니다 안 힘들어요 지금도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조아유 지금 그대로 해주세요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이 신통한 건지? 코로나가 가져온 기현상인지? 과제 ..

지랄총량의 법칙

3세반 같은 3학년 녀석들!2학기가 되면 좀 나아지려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갈수록 더 하다. 11명 남자 아이들 가운데 차분한 아이 한 둘 뺀 나머지는 모두 일급 개구쟁이들이다. 날마다 이 개구쟁이들과 게릴라전투를 벌이는데, 흡사 옛날 오락실에 있는 두더쥐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한 쪽을 진압하면 다른 한 쪽에서 ‘메롱!’ 하며 고개를 쳐드는 두더쥐 게임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장난질에 관대한 입장을 취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나보고 ‘착하다’ 한다 ㅎㅎ 아이들이 몰라서 그렇지 내가 한 성격 하는 사람이다. 내게 선량한 무엇이 있다면, 인품이 아니라 교육신념이다. 나는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실컷 뛰어놀아야 한다고 믿는다. 유리창이 깨질 위험이 있다고 해서 골목길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