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173

It's now or never!

내가 아이들에게 치열하게 강조하는 가치 중의 하나가 생태주의다. 나는 현재 우리 인간에게 “지속가능한 지구환경”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곤두박질 쳐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지구 환경이 파괴되면 모든 게 끝이다. 안타깝게도, 교과서에서는 과학, 사회, 도덕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교과목에서 생태 문제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교실 생활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공부와 삶이 따로 가고 있는 것이다.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괴리의 원인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있다. 교사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수업시간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고 가르치면서 교무실이나 학년실에서 종이컵을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쓰는 교사의 모습을 본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생태적 삶을 살아가기는 쉽지..

나를 규정하는 한 낱말

요즘 다시 비고츠키 공부에 빠져들고 있다. 새로운 책에서 비고츠키에 관해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의 단서를 발견할 때, 심금을 울리는 비고츠키의 혜안이 담긴 한 문장을 만날 때 크나큰 희열에 젖는다. 독서를 하면서 느끼는 이 기쁨은 실로 광부가 노다지를,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할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문득, 이런 나를 보면서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릇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멀고, 가장 친숙한 것이 가장 낯선 법이다. 가장 어려운 공부/탐구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십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지 않았다. 나를 이해하지 않고선 이웃과 세상을 이해할 수 없거늘...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역설적으로 누구나 ..

삶과 교육 2021.01.27

한글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 때 주의할 점

한글 이름을 영어로 표기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나라 축구선수로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두 사람, 이강인과 손흥민 선수의 이름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이강인 선수의 이름이 어떻게 불려지는지 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Q8wmJFtlk https://www.youtube.com/watch?v=IyiPHCCnc0I 첫 번째 영상은 스페인 액센트가 강한 영어이고 두 번째 영상은 스페인어로 보입니다. 어느 경우든 ‘강인’이라 발음하지 않네요. 각각 ‘간긴 리’와 ‘간진 리’로 들립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두 번째 영상의 자막에서 알 수 있습니다. ‘Kangin Lee’ ‘강’을 ‘Gan..

글쓰기 클리닉

국어나 영어의 교육목표는 말하기와 듣기로 압축된다. 입말의 경우는 말하기/듣기이고 글말이라면 읽기/쓰기이다. 어떤 경우든 이 과업에는 “의미”가 동반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가 칸트가 쓴 문장은 읽을 수 있지만 그 뜻은 이해할 수 없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학교나 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보라 하면 무의미하게 나열하기만 하는 아이들이 많다. 입말보다 글말이 더욱 그러하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런 것일 거다. 아이들에게 글쓰기가 어렵듯이 교사들에겐 글쓰기 지도가 어렵다. 글쓰기를 제대로 지도하려면 교사 또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1학기와 2학기에 한 단원씩 글쓰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단원을 다른 단원처럼 쓰르륵 지나치면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에 변화가 없다. 반대로 교사와 아이들이..

공부만 잘 하는 놈들

맹자는 군자의 3락(樂) 중의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이라 했다. 그렇다. 똑똑한 아이 가르치는 재미가 교사가 누리는 최고의 낙일 수 있다. 그런데! 작년에도 올해도 내가 만난 똑똑한 아이들 가운데 “피도 눈물도 없는 전교1등 같은 놈”은 없었다. 아니 내 교직생애 통틀어 생각해봐도 그런 놈은 내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는 이런데, 고등학교는 다른가 보다. 최근 의료파업에 즈음하여 , 고교 교사 페친 가운데 “공부만 잘 하는 놈들”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우울한 추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다. >> 그들은 나에게 연락한 적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이 생각 날리 없음을 내가 잘 안다. 의대를 보낸 다른 교사들 이야기도 비슷하다. 이미 그들은 학교에서 인정받았고 안하무인이었으며 ..

삶과 교육 2021.01.27

돈은 물론 중요하지만...

20년 전에 봤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대사가 문득 생각나는 하루였다.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의 유능한 매니저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는 윗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제안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 맥과이어는 직원들에게 이별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에이전시 회사를 하나 차렸으니 같이 일 할 사람은 따르라고 호소하지만 모두들 냉담한 반응이다. 맥과이어가 비통한 마음으로 문을 나설 때 용기를 내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도로시(르네 젤위거 분)는 훗날 맥과이어에게 자신이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감흥을 받고 싶어요. I care about the job, of course. But mos..

삶과 교육 2021.01.27

야구선수 류현진에 대한 단상

90년대말 IMF로 온 나라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한국 야구선수로서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박찬호 선수의 경기가 큰 위로가 되었다. 5일마다 박찬호가 등판할 때 많은 야구팬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LA다저스를 응원했다. 그 뒤 류현진이 같은 팀에 진출하여 박찬호의 명성을 이어받았고 그 유명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박찬호가 FA 대박을 내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뒤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먹튀’ 오명을 썼던 것과 달리, 류현진은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뒤에도 좋은 성적을 내며 홈팀 팬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줄곧 하위에 머물렀던 블루제이스가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 되고 있다. 사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특급 투수는 아니다. ..

삶과 교육 2020.09.17

나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다

언젠가 프랑스 교사들이 급당 학생 수를 줄여달라며 길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는 뉴스를 봤다. 학생 수 감축은 우리 교사들의 오랜 숙원이지만 단체행동권이 없는 전교조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일이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한 사람의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사의 노동 강도도 줄어들지만 무엇보다 학생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 그런데! 의사를 증원하여 의료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에 전국의 의사들이 의료파업이라는 초강경 태세로 정부와 국민에 맞서고 있다. 한 사람의 의사가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면 의사의 노동 강도도 줄어들고 의료 수준이 개선될 텐데 의사는 왜 교사와 정반대로 자기 영역의 일꾼 증원을 반대하는 것일까? 우리는 물론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자신이 누릴 부의 크기..

삶과 교육 2020.09.17

별다방에서

별다방 창가 자리에 앉아 빗방울 소리 들으며 책 읽고 있다. 나는 누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비싼 돈 주고 커피 마시러 이런 곳에 잘 오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전교조에서 온라인 대의원대회 참가한 사람에게 별다방 쿠폰이 2장 지급된 지라 그걸 소비하기 위해 아내랑 왔다. 창밖을 보며 둘이 나란히 앉아 각자 읽을 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시각적인 풍경은 그지 없이 좋다. 비 피해 입은 분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내 이름에 비(우)가 들어 있어서인지 나는 비를 정말 좋아한다. 쇼팽의 명곡이 말해주듯 떨어지는 빗방울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음악이다. 그런데! 이 환상적인 정취에 치명적인 방훼꾼이 우리 뒷편에 있어서 기분을 잡쳤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4인의 남자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데 너무 시끄럽다. ..

삶과 교육 2020.09.17

되찾은 양심

금고털이범 지미 발렌타인이 출소한 며칠 뒤 인근 도시에서 잇따른 금고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고도의 기술로 특수 제작된 금고임에도 범인은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돼지 저금통 털 듯이 감쪽같이 털어간 것이다. 베테랑 형사 벤 프라이스는 이런 신통한 기술의 소유자는 세상에 딱 한 사람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지미 발렌타인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엘모어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해 새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름까지 랄프 스펜서로 바꾸고서 구두점을 차려 예전과 달리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자 했다. 사업이 번창하여 지미 아니 랄프는 마을에서 모두로부터 호감과 존경을 받는 유능한 청년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더욱 좋은 것은 평소 흠모해온 은행장의 딸 애너벨의 마음을 싸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이..

삶과 교육 202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