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군자의 3락(樂) 중의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이라 했다. 그렇다. 똑똑한 아이 가르치는 재미가 교사가 누리는 최고의 낙일 수 있다. 그런데! 작년에도 올해도 내가 만난 똑똑한 아이들 가운데 “피도 눈물도 없는 전교1등 같은 놈”은 없었다. 아니 내 교직생애 통틀어 생각해봐도 그런 놈은 내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는 이런데, 고등학교는 다른가 보다. 최근 의료파업에 즈음하여 , 고교 교사 페친 가운데 “공부만 잘 하는 놈들”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우울한 추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다.
>> 그들은 나에게 연락한 적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이 생각 날리 없음을 내가 잘 안다. 의대를 보낸 다른 교사들 이야기도 비슷하다. 이미 그들은 학교에서 인정받았고 안하무인이었으며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존재들이었는지도 모른다. <<
이 나라 교육학계의 최고 석학이 교육에 대해 정의하길,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라 했는데, 도대체 이나라 교육은 인간을 어떻게 계획적으로 변화시키길래,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빠지는가?
수능 폐지해야 한다. “다음 중 ~가 아닌 것은?”이란 식의 문제로 학생들의 정신을 길들이는 것은 엘렌 케이가 말한 “정신적 살인mental suicide”의 전형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똑똑한 아이가 길러지는 게 아니라 괴물이 길러진다. 전교1등은 "전교에서 정답을 가장 잘 골라내는 괴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시인이 자기가 쓴 시에 관한 문제를 못 푸는 시험에서 수능 만점 맞는 아이가 나는 인간인가 싶다.
이런 시험 기제 속에서 학생들은 인성뿐만 아니라 지성도 망가져간다. 아니, 지성이 망가지니 인성도 망가지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문제에도 어떻게든 정답을 고르도록 강제하니까 인성이 뒤틀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인성과 지성이 망가져가는 이런 시험을 폐지해야만 한다. 이런 망국적인 교육제도를 혁파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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