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별다방에서

리틀윙 2020. 9. 17. 16:20

별다방 창가 자리에 앉아 빗방울 소리 들으며 책 읽고 있다. 나는 누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비싼 돈 주고 커피 마시러 이런 곳에 잘 오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전교조에서 온라인 대의원대회 참가한 사람에게 별다방 쿠폰이 2장 지급된 지라 그걸 소비하기 위해 아내랑 왔다.

 

창밖을 보며 둘이 나란히 앉아 각자 읽을 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시각적인 풍경은 그지 없이 좋다. 비 피해 입은 분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내 이름에 비(우)가 들어 있어서인지 나는 비를 정말 좋아한다. 쇼팽의 명곡이 말해주듯 떨어지는 빗방울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음악이다.

 

그런데!

이 환상적인 정취에 치명적인 방훼꾼이 우리 뒷편에 있어서 기분을 잡쳤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4인의 남자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데 너무 시끄럽다. 아니 네 사람 다 시끄러운 게 아니라 유독 한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지금 목소리의 10분의 1정도의 데시벨로 말해도 대화 상대방이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으련만 이 분은 무슨 웅변하는 사람처럼 왜 이렇게 크게 말하는 것일까?

 

교육받은 사람이란 어떤 모습을 말하는 것일까? 교육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구별되는 중요한 자질이 뭘까?

 

학교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선량한 공민”이다.

더불어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자세다. 나의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최소한의 메타인지 역량의 형성. 이게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발달단계상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이런 역량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다.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길러지는데, 30여 년 교직경력자로서 내가 느끼는 것은 예전에 비해 요즘 학생들에게 이런 자질이 현격히 부족한 것이다. 지금 이 대학생 고객이 보이는 ‘반사회적인’ 행동양식은 예전에 초등학생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모든 사회 현상을 교육문제와 결부짓는 이 꼰대스러운 경향성을 직업병이라 규정해도 좋다. 다만, 내가 지금 “요즘 젊은이들이 문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해명하고 싶다. 인간은 항상 “시대의 인간”이다. 특정 세대의 특정 행동 성향은 그 시대가 만든 것이지 개인 스스로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불행은 이 학생의 문제라기보다 차라리 나를 비롯한 교육자의 문제라 해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천민자본주의 사회구조의 문제다.

 

치열한 생존경쟁사회 속에서 우리의 귀한 학생들을 정답 골라내는 기계로 길렀지 우리가 언제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공부를 제대로 시킨 적이 없지 않은가?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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