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47

광주

나의 살던 고향 대구에서 광주까지 자동차로 2시간 안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대구 사람에게 광주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거리는 가까워도 광주는 내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도시여서 29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봤다. 5.18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오기 위해 망월동 묘역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29년이 지난 어제 같은 장소를 찾았다. 그간에 부침 많은 우리 정치사를 대변하듯 망월동 묘지는 명실상부한 국립묘역으로 거듭나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국립5.18민주묘지다. ‘민주묘지’라는 명칭이 시사하듯 지금 이곳에는 5.18 이후의 민주 열사들도 안장되어 있다. 내가 존경하는 김남주 시인, 나와 같은 나이로서 내가 첫 발령을 받은 1988년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명동성당에서 몸을 던진 조성만 열사, 교사 출신으..

삶과 운동 2021.01.27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그리고 교육운동에 대한 단상

집단주의가 실종되고 개인주의가 횡행하는 교직사회 문화에 절망을 느낀다! 이런 말을 내가 잘 쓴다. 이에 대해 “이기주의가 문제이지 개인주의는 나쁜 게 아니다”라는 식의 발론을 제기하는 분들을 접한다. 맞는 말이다. 개인과 전체의 관계가 그러하듯,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집단주의(collectivism)은 변증법 용어로 양극 범주쌍(bi-polarity)을 구성한다. 서로 대립적인 두 요소의 가치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변증법이다. 반대로, 둘 가운에 어느 하나를 배제하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접근법이 형이상학이다. 이 문맥에서 ‘형이상학’이라 함은 마르크스주의 철학 용어로서 존재론에서 말하는 형이상학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용어는 간단히 ‘이분법적 사고’와 동일한 개념이다. 유감스럽게도, ..

삶과 운동 2021.01.27

지금 교사에게 전교조는?

이 학교에서 2년을 보냈다. 다른 직장도 그러하겠지만, 학교라는 공동체의 보람과 행복은 구성원들, 그 중에서도 교사집단에 달려 있다. 교사들끼리 따뜻한 관계망을 뜨개질해가며 바람직한 학생교육을 위해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학교라면 매일의 교직 일상이 즐겁고 신명날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학교는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교사 개개인의 면면을 뜯어보면 대체로 좋은 선생님들이 많다. 그 중 몇몇은 요즘 보기 드물게 교사로서 자질과 품성이 훌륭한 분들이다. 나의 교직 삶은 전교조와 함께 걸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교조는 내가 교단에 처음 선 88년에 전교협(전국교사협의회)으로 시작하여 이듬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선포하였다. 과거에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나의 삶은 “모든 사람이 인간..

삶과 운동 2021.01.27

학교공동체

초임 시절인 80년대 말에는 학교 교직원의 구성이 간단했다. 교사와 관리자 그리고 기능직(지금의 주무관)이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학교급식이 이루어지고 방과후학교에 이어 돌봄이 도입되면서 학교일상이 복잡다단해져갔다. 이 일련의 변화들은 9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학교사회 내의 집단들 사이에 갈등 같은 것은 잘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생겨나면서 내적으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를 결사하고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운동)은 개인의 이익이나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도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느 사회와 달리 학교는 집단구성원 ..

삶과 운동 202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