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진리는 전체다

리틀윙 2019. 5. 17. 09:56

   

>> 서울시교육청이 교장 자격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선발한 초·중학교 교장 8명 중 7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

 

뉴데일리의 이 기사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교조가 내부형공모 교장을 다 해먹는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서울시의 공모제 교장 8명 가운데 7명이 전교조 출신이라는 팩트를 제시한다.

 

그러나 사실(fact)이 곧 진실(truth)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진실을 구성하는 한 성분일 뿐 진실 그 자체와는 다르다. 사진자료에서 보듯, 방송 카메라가 어떤 프레임을 취하느냐에 따라 진실을 정반대로 호도할 수 있는 게 언론이다. 이 악의적인 기사를 실은 뉴데일리가 어떤 언론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진리는 전체다 Das Wahre ist das Ganze.

헤겔의 이 말은 뉴데일리와 같은 악성 수구언론의 진실 왜곡을 꾸짖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 나쁜 신문이 내부형공모제 교장의 실상에 대해 의도적으로 빠뜨리고 있는 팩트 조각들을 찾아 전체로서의 진리를 복원해보자.

 

8명 가운데 7명이면 퍼센티지로 무려 87.5%의 교장을 전교조가 해먹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체"로 접근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작년까지 내부형 교장은 자율학교의 15%만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자율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15%이니 결국 15%15%가 내부형교장이 만들어지는 최대수치였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 국공립 초중등학교 교장 9,955명 가운데 내부형공모제 교장은 56명으로 전체0.6%에 불과했다. 개정법령은 자율학교의 15%에서 50%로 내부형교장 티오가 3.3배 확대되었으니, 0.6에서 3.3을 곱하면 약 2%가 된다. “전체” 1만명 교장 가운데 내부형교장은 200명밖에 안 되는 것이다. 현재 경북에는 내부형교장이 단 1명 밖에 없다. 이 분도 전교조 출신이다. 그래서 뉴데일리가 또 경북에는 100% 전교조가 해먹고 있다고 보도할까봐 걱정이다.

 

무릇 교육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진보-보수 양날개가 균형을 맞춰야 하거늘, 내부형공모제를 만든 취지가 이러하다. 전국의 내부형공모제 교장을 전교조가 다 '해먹어도' 진보 교장은 전체 교장 가운데 2%밖에 안 된다. 나머지 98%의 절대 다수는 교총 출신의 보수 교장들일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시각으로 볼 때, 내부형공모제 교장을 전교조가 다 해먹으려 한다는 뉴데일리의 논리는 98%도 부족해 나머지 2%의 상당수도 보수 교장으로 배치하자는 뜻으로 밖에 안 들린다.

 

진리는 전체로 접근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접근해야 한다. 내부형 교장으로 뽑히는 면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인지 살펴보자.

 

현재 내부형교장에 추대되는 교사는 내 연배 쯤 될 것이다. 나는 전교조가 막 태어나기 전인 1988년에 첫 발령을 받았다. 당시 학교는 교장의 왕국이었다. 교장은 절대권력자이고 교사는 교장과 장학사의 하수인 취급 받았고 학생들은 소외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전교조가 탄생했다.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을 부수고라는 전교조 노랫말은 당시 교육현실 그 자체였다.

 

이 언어도단의 반교육적 현실 속에서 교육자적 양심과 신념 그리고 결기를 지닌 교사가 전교조의 길을 가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비합법 시절 전교조 활동은 독립운동 하듯이 몰래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불편으로 전교조에 들지 않은 교사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대부분 전교조를 지지하고 활동가 교사들에게 존경심을 품었다.

 

50대 교사 가운데 전교조 출신이 아니면서 참스승의 길을 묵묵히 가는 분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교실에서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는 분은 몰라도 학교를 이끌 리더십까지 갖춘 분은 (조심스레 단언하건대) 극히 드물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 나이 쯤이면 딴에는 유능하다 하는 교사는 대부분 승진해 있다. 승진하지 않은 교사 가운데 신망과 존경을 얻고 있는 50대 교사는 전교조출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서울시 교육계에서 내부형교장의 적격자 8인 가운데 7인이 전교조 출신인 것은 결코 어색한 팩트가 아니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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