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공부해야 한다

리틀윙 2019. 5. 17. 09:57

사회운동 진영에서 만나는 분들은 일단 반갑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끼리 만나면 반갑듯이 사회의 진보에 대한 신념을 지닌 사람끼리 만나면 반가운 것이다. 무슨 행사할 때 만나서 구호 외치고 뒷풀이 가서 술 한 잔 나눌 때까지는 좋다. 그런데 어떤 이슈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최소한의 지적인 식견이나 논리도 갖추지 않은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미안하지만, 이런 분들은 운동판에 계시면 안 된다. 계시더라도 절대 어떤 역할을 맡으시면 안 된다. 이런 분들이 자리를 맡으면 완장 찬 인민위원이 된다.

 

진보는 앞으로 가는 것이다한자어(進步)든 영어(progress)든 그런 뜻이다. 남보다 앞서 가야 진보다. 남보다 무엇이 앞서 가는가? 의식이다. 요컨대 진보는 의식의 진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계급사회에서 노동계급에 속한 이들은, 다만 진보적 의식을 지닐 가능성이 많을 뿐 노동계급 자체(마르크스의 표현으로 즉자적 노동자’)가 진보는 아니다. 즉자적 노동자에서 대자적 노동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의식 단련이 필수다.

 

공부해야 한다!

면허 없는 사람이 운전을 하거나 환자를 시술하면 안 되듯이, 선진된 의식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운동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주위에 무면허 활동가, 무면허 데모꾼이 많다. 빈부의 차가 극심한 헬조선에서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노총이 맨날 욕먹고 진보정당이 대통령 선출을 꿈도 못 꾸는 이 갑갑한 현실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진보) 못하는 이유는 대중의 무지 탓이 아니다. 운동판을 전전하는 무면허들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엘리트주의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무지는 누구에게도 도움 안 된다고 했고, 레닌은 혁명 이론 없는 혁명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주의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상식 그 자체다. 상식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식견을 갖지 못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나의 말이 엘리트주의가 아닌 또 다른 근거는, 선진된 의식이 책가방 끈 길이와 무관한 점이다. 사람이 못 배우거나 무식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완성된 지식인은 있을 수 없다. 누구든 자기 한계를 직시하고서 책을 가까이 하고 동료들과 토론을 나누며 무지의 늪에서 헤어 나오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사람만이 사회 진보 운동을 담지할 자격이 있다.

 

아는 만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공부하는 교사, 공부하는 학부모, 공부하는 시민이 덜 추한 세상의 희망이다.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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