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32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음악 이야기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음악 이야기] 좋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가들에 얽힌 이야기를 시대 순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 비발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둘 다 1685년 생으로 나이가 같고, 비발디는 이들보다 7살이 더 많다. 그런데 생전에 비발디는 바흐와 헨델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스타 뮤지션이었다. # 바흐 이 위대한 음악가가 훗날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바흐는 1723년 38세의 나이로 라이프치히의 음악감독으로 뽑힌 뒤 죽을 때까지 27년 동안 봉직했다. 라이프치히 시의회에서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원하던 유능한 음악가를 뽑지 못하고 2류 음악가인 바흐를 선택했다. 시의회는 실력이 변변..

이성과 감성 2021.02.09

졸업축하 ROCK 콘서트

해마다 거의 매번 공연을 했지만, 올해는 특별히 기억에 남을 행사일 것 같습니다. 졸업축하 ROCK 콘서트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이런 행사를 추진하려 했는지 제가 생각해도 무모했다 싶습니다. 작년에 이 학교에 와서 5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지도를 해왔습니다. 이 아이들은 음악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남다르네요. 몇몇 아이들은 졸업하기 전에 제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등교하지 않는 날에도 10~20분씩 걸어서 학교에 와서 악기 연마를 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그냥 졸업시키기가 너무 아쉬워서 일을 저질렀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도 흔쾌히 찬성하시고 적극 밀어주셔서 신명나게 달렸습니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12.24.) 강당에서 공연하려 했지만, 며칠 전부터 상황이 안 좋아지길래 지..

이성과 감성 2021.01.27

가요 공부

2015년 1월, 북유럽 3개국 교육탐방 할 때의 일이다. 스웨덴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걸 알고 자기네들이 K-pop을 좋아한다며 말을 건네 왔다(북유럽의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한다). 내가 한국의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한 학생이 "지드래곤, 빅뱅"이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이 친구가 지드래곤이라는 그룹과 빅뱅이라는 그룹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뒤에 지드래곤이 빅뱅의 한 멤버라는 걸 알았다. 이보다 3년 전인 어느 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에게 비타500 음료수를 나눠주셨다. 뚜껑을 열고 마시는데 음료수 한가운데에 어떤 여자 아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실종 아이 찾기 운운하는 문구도 보였다. (지금 생각하니, 실종아이..

이성과 감성 2021.01.27

렛잇비

한 달 전만 해도 아이들에게 “밴드를 해체해야겠다”는 엄포를 놓곤 했다. 보컬을 맡은 녀석들은 계속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토요일 수업에 빠지고 드럼 치는 아이는 내가 정성껏 지도를 해도 도무지 따라 오지 않아서 실력이 늘지 않았다. 총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침몰해가고 있었다. 보컬 두 녀석은 결국 나갔다. 밴드활동은 중간에 나가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입단할 때부터 중도이탈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뽑건만, 실컷 키워놨더니 지도교사와 또래집단에 배신감을 안기는 아이의 무심함이 허망하기만 하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내가 정성들여 가르친 호동이의 드럼 실력이 일취월장한 점이다. 나의 열성적인 지도에 부응을 하지 않아서 호되게 자극을 준 뒤로 등교하지 않는 날도 오후에 꼬박꼬박 악기실에 와서 ..

이성과 감성 2021.01.27

전복과 반전의 순간

전복과 반전의 순간(1~2권) 음악평론가 강헌의 책인데 정말 좋다. 1,2권 합쳐 700쪽 가까이 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의 매력은, 1. 제목에서 보듯 ‘사회 변혁’이란 키워드로 음악사에 접근하는 참신함이다. 무릇 예술의 본령은 체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혁신성에 있다. 당대의 훌륭한 예술가들은 예외 없이 이 혁신성을 좇았는데 우리가 배운 제도권의 교육에서는 예술가들의 이런 정신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당대의 사회 모순에 대한 음악가들의 분노와 고뇌를 엿볼 수 있다. 2. 뮤지션들의 저항적 삶과 관련하여 흔히 음악 장르에 따른 편견을 갖기 쉽다. 이를테면 클래식 음악가들은 체제에 순응했고 록 뮤지션들은 저항적이라는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

이성과 감성 2020.09.17

예술의 자율성에 관하여

경북의 학교에서는 ‘시울림’이라는 이름의 교육활동을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시 암송 대회를 열어 학급 대표를 뽑은 다음 다시 학년 대회에서 제일 잘 한 학생이 한 명씩 12월 방송조회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똘똘한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씩 낭송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 중 한 아이가 발표하는 시가 특별히 내 눈길을 끌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었다. 유명 시인 김춘수의 시이다. 고학년답게 수준 높은 시를 발표한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시로부터 최근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든 한 인물에 대한 씁쓸한 단상을 적고자 한다...

이성과 감성 2020.04.04

비평이 비평가만의 몫일 수는 없다

무엇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대상에 관한 나름의 가치 판단을 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어떤 분야의 종사자들은 국외자가 자기 영역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교육자가 아닌 사람이 현재의 학교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비평을 하는가 하면, 정치가가 아닌 사람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향해 비판적인 관점을 피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물론,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있다. 예술 분야가 그러하다. 음악이나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떤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평을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꼴사납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아마추어의 비평은 허용되어야 하고 또 권장되기까지 해야 한다. 무엇에 대해 비평적 관점..

이성과 감성 2019.09.07

아는 만큼 비평할 수 있다

교대 다닐 때 유일한 낙이 밴드에 들어가 음악활동에 빠져든 것이다. 20대에 ‘음악 하는’ 청년이 빠져드는 장르의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ROCK이다. 음악을 구성하는 두 축은 리듬과 멜로디이다. 팝(가요)을 좋아할 때는 멜로디에만 주목하지만, 록의 세계에 빠져들면서는 리듬 라인에도 흥미를 갖게 된다. 유명 록 밴드들의 드러머 이름을 저절로 기억하게 되고, 누구의 드럼 실력이 누구보다 더 낫다 못하다 평가를 하게 된다. 7080 록 세대에게 가장 유명했던 그룹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딥 퍼플(Deep Purple)이다. 교대 앞 다방에서 같이 음악 하는 선배들과 존 보냄(레드 제플린 드러머)과 이안 페이스(딥 퍼플 드러머) 가운데 누구 실력이 더 낫다고 침 튀겨 가며 갑론을박을 하던 기..

이성과 감성 201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