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비평이 비평가만의 몫일 수는 없다

리틀윙 2019. 9. 7. 06:57

무엇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대상에 관한 나름의 가치 판단을 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어떤 분야의 종사자들은 국외자가 자기 영역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교육자가 아닌 사람이 현재의 학교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비평을 하는가 하면, 정치가가 아닌 사람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향해 비판적인 관점을 피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물론,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있다. 예술 분야가 그러하다. 음악이나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떤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평을 할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꼴사납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아마추어의 비평은 허용되어야 하고 또 권장되기까지 해야 한다. 무엇에 대해 비평적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의 관심이 없이는 예술세계의 발전이 불가능하다.


진정한 예술가라면 예술에 대한 대중의 탐구의욕을 부추기며 대화나 토론의 장을 열어 이들이 보다 성숙한 식견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계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중의 저급한 의식을 탓하며 가까이 다가오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것은 진정한 아티스트의 자세가 아니다. 그것은 오만무도일뿐더러 무책임한 자세이기도 하다. 책임(responsibility)이란 반응하는(response) 것이다.(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이 말이 나온다) 니체는 “모든 예술가는 철학자이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나는 “모든 예술가는 교육자이어야 한다”고 말하겠다. 예술행위 자체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고도의 계몽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주체가 성숙해지기 위한 첫걸음은 일단 나름의 가치판단을 시작하는 것이다. 테제가 있어야 안티테제와 진테제가 가능하다. 모든 발전은 최초의 어떤 사고를 끊임없이 부정해 가면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하찮은 비평적 관점도 존중되고 권장되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비평이 비평가만의 몫이어서는 안 되기에 전문가들은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대중과 호흡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대로, 아마추어들은 현재의 자기 관점이 오류를 내포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서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관점을 수용할 자세를 지녀야 한다. 전문가가 지닌 오만과 독선은 개성을 명분으로 미화될 수 있지만, 무지한 사람이 자기아집의 포로가 되는 것은 재앙 그 자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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