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대구 명덕네거리 근처

리틀윙 2018. 1. 26. 16:21

대구광역시 명덕네거리 부근.

나의 모교 대구교육대학이 여기서 500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500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내가 태어난 곳이자 지금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우리 집이 있다. , 이곳은 나의 살던 고향이다.



    

 

내 어린 시절과 대학시절의 향수와 추억이 아스라이 묻어 있는 나의 살던 고향에 명소가 있다. 일신장이라는 여관인데 2층 건물에만 방이 족히 50개 넘게 있는 싸구려 숙박시설이다. 여느 숙박시설과 달리 이 여관을 찾는 고객들의 대부분은 청춘남녀가 아닌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로서 23차 이후 고주망태가 되어 몸을 눕히기 위해 찾아 드는 사람들이었다. 밤새도록 부적절한 영상물이 TV 모니터로 방영되고 방마다 너무 시끄러워서 술에 취하지 않은 정상적인 정신 상태로는 잠을 잘 못 이룰 정도였다. 때문에 아침이면 술 취한 사람은 숙취로, 안 취한 사람은 잠을 설쳐서 피차 혼미한 상태로 여관 문을 나서곤 하던 흐트러진 추억의 광장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 시절 음울한 청춘의 초상을 상징하던 이곳이 지금은 예술촌으로 둔갑해 있으니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천이라 하겠다. 50개 넘는 방마다 피아노, 성악, 판소리, 기타, 드럼 등의 예술가들과 음악학도들이 토해내는 “Sound of Music”이 흘러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부적절한 소리가 새어나오던 그 방에서 말이다.



  

이 예술촌을 보면서 핀란드의 청소년센터가 생각났다. 2014년 겨울 내가 방문했던 센터는 이름이 합삐(happi)인데 핀란드어로 산소라는 뜻이다. 헬싱키에만 이런 청소년 센터가 50개가 된다고 한다. 헬싱키의 인구는 50만이고 대구광역시는 250만이다. 50만 도시에 50개의 센터, 250만 도시엔 딸랑 하나 뿐이다. 더 심각한 차이는 핀란드에서 이런 예술센터는 청소년과 성인이 무료로 이용하며 예술교육자들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점이다. 명덕네거리에 위치한 이곳의 실내 분위기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스산하다. 복도가 왜 이리 어두운지 지미 헨드릭스의 실루엣이 그려진 핀란드 예술센터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이런 예술촌이 더 많이 생겨나고 문화예술의 기운이 더욱 활기를 띠는 사회를 소망한다. 청소년들이 학교 마치고 학원으로 끌려가지 않고 제 발로 예술센터를 찾도록 하는 세상이 오면 학교폭력도 많이 줄 것이다. 룸사롱, 마사지업소, 골프장 같은 곳이 좀 줄어들고 예술촌이 많이 부흥하여 우리 사회에 혼탁한 기운이 물러가고 맑은 산소가 가득차길 바란다.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