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에로스와 로고스

리틀윙 2017. 2. 19. 10:32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508092250354710

 

우디 앨런, 35세 연하 한국계 아내와 공개 데이트 포착
 

나도 어제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영화 보고 저녁까지 먹고 왔건만, 어떠한 언론 매체에서도 우리 부부의 외출에 대해 기사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디 알렌 부부의 나들이에 대해선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한 집에 사는 두 사람이 외출 한 것이 특별히 주목 끌 일인가?

   

물론 특별한 부부여서 이러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들이 부부관계를 이어온 것이 무려 20년이 다 돼간다.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아직도 아내를 아내라고 남편을 남편이라 부를 사회적 승인이 이들에게 부여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헐리우드 스타들 가운데 수시로 배우자 갈아치우거나 혼외정사를 밥 먹듯이 하는 부류도 많은데, 우디 알렌 부부가 이들보다 덜 도덕적인가? 20년간 부부관계를 유지해온 자체로 이들의 선택이 결코 치기어린 불장난이 아니었음을 말해주지 않나? 이쯤이면 세기의 불륜이란 꼬리표는 떼 주는 게 맞지 않을까?

 

내친 김에 좀 더 나아가 보자. 혼외정사든 양녀와의 혼인이든, 성적 자기결정에 입각한 모든 성인간의 에로스적 결합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 간의 존재양식은 어떠한 논리나 이성적 합리성을 초월해 존재하는 법이다. 사회가 진보한 만큼 승인이 이루어지는 것 뿐이다. 간통죄 이전의 한국사회와 이후의 한국사회에서 똑 같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라. 과도기인 현 단계를 지나 나중에는 법적 승인을 넘어 도덕적으로도 혼외정사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컫는 이 사회야말로 성적으로 온갖 추악한 짓거리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일 뿐이다. 꽃다운 나이의 연예인들이 사회적 지도층들의 노리개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자진하는 사회(장자연 사건), 지위를 이용한 정치인의 성범죄가 수시로 터지는 사회, 키스방이니 대딸방이니 하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각종 변태적 성 상품이 버젓이 유통되는 사회가 이곳이다. 내가 사는 구미라는 곳에선 구미식 노래방이라는 게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 검색어로 구미라는 말만 쳐도 성인인증을 요구한다. 이쯤이면 이 사회의 닉네임은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 동방오입지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우디 알렌으로 돌아가자.

 나도 그 때는 이 양반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착하고 예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아 패로우라는 현모양처를 버리고 왜 온 세상 사람들로부터 욕먹으면서 저렇게 못 생긴 한국 여자를 선택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좀 전에 말했듯이 에로스의 문제는 로고스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디 알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그는 천재적인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가들은 성적으로 평균적인 삶을 견지한 경우가 오히려 드물 정도이다. 예술의 본질이 관능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에겐 성적 모험 내지 일탈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보다 너그럽게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