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가요 공부

리틀윙 2021. 1. 27. 10:55

2015년 1월, 북유럽 3개국 교육탐방 할 때의 일이다. 스웨덴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걸 알고 자기네들이 K-pop을 좋아한다며 말을 건네 왔다(북유럽의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한다).

 

내가 한국의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한 학생이 "지드래곤, 빅뱅"이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이 친구가 지드래곤이라는 그룹과 빅뱅이라는 그룹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뒤에 지드래곤이 빅뱅의 한 멤버라는 걸 알았다.

 

 

이보다 3년 전인 어느 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에게 비타500 음료수를 나눠주셨다. 뚜껑을 열고 마시는데 음료수 한가운데에 어떤 여자 아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실종 아이 찾기 운운하는 문구도 보였다. (지금 생각하니, 실종아이 찾기 운동에 비타500이 함께 한다는 문구였던 것 같은데,) 나는 이 두 '신호'를 합성하여 사진 속 인물이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고, 이렇게 예쁜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겠노!” 하며 탄식을 했다. 나는 어린애는 아니고 덩치가 크니 정신지체아가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신규 여선생님의 반응,

“선생님! 얘, 소녀시대 윤아예요. 소녀시대 모르세요 선생님?”

 

아, 그렇구나! 소녀시대는 들어봤어도 윤아인지 윤하인지는 처음 들어본다. 이름도 모르는데 얼굴을 어찌 알겠나.

 

팝음악부터 시작해서 록과 재즈까지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K-pop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

 

요즘 최신가요(90년대 가요부터가 내겐 최신가요다) 리스트를 만들어 차에서 매일 듣고 있다. USB에 담긴 이 리스트의 폴더 이름을 ‘가요 공부’라 지었더니 와이프가 웃는다. 뭔 음악을 감상하지 않고 공부하냐고?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원소 기호 외우는 것이 감상이 아니고 공부이듯이, 내게 K-pop은 공부다. 1주일에 한 곡 익히기가 목표다.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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