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그리고 교육운동에 대한 단상

리틀윙 2021. 1. 27. 13:31

집단주의가 실종되고 개인주의가 횡행하는 교직사회 문화에 절망을 느낀다!

 

이런 말을 내가 잘 쓴다. 이에 대해 “이기주의가 문제이지 개인주의는 나쁜 게 아니다”라는 식의 발론을 제기하는 분들을 접한다. 맞는 말이다.

 

개인과 전체의 관계가 그러하듯,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집단주의(collectivism)은 변증법 용어로 양극 범주쌍(bi-polarity)을 구성한다. 서로 대립적인 두 요소의 가치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변증법이다. 반대로, 둘 가운에 어느 하나를 배제하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접근법이 형이상학이다. 이 문맥에서 ‘형이상학’이라 함은 마르크스주의 철학 용어로서 존재론에서 말하는 형이상학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용어는 간단히 ‘이분법적 사고’와 동일한 개념이다.

 

유감스럽게도, 부정적인 선입견 탓에 많은 사람들이 변증법에 대해 무지한 결과로 이분법적 사고에 너무 익숙해 있다. 황당하게도 이러한 실태는 진보를 자임하는 운동권도 다르지 않다. 흔히 변증법은 ‘혁명의 대수학’이라 일컬어진다. 사회변혁을 좇는 활동가들이 변증법에 무지한 것은 목회자가 성경말씀에 무지한 것과 같다고 하겠다.

 

개인과 전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개인이 없는 전체를 생각할 수 없고 전체를 떠난 개인을 생각할 수 없다.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집단주의나 공동체 정신을 기피하는 개인주의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성(individuality)을 무시하는 집단주의는 전체주의로 흐르고, 공동체 정신이 결핍된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치닫는 법이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든 순수하게 개인주의 혹은 집단주의만을 지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둘 가운데 어느 쪽에 치우쳐있는가 하는 경향성이 있을 뿐이다. 내가 “작금의 교직사회에서 집단주의가 실종되고 개인주의가 횡행한다”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실종’이니 ‘횡행’이니 하는 다소 극단적인 수사를 선택한 것은 반성할 일이다. 다만, 여기에 특정 세대에 대한 비난의 뜻은 조금도 없다는 사족을 덧붙인다.

 

어느 세대에 문제가 있다면 오직 기성세대의 몫일뿐이다. 만인이 만인에게 야수가 되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세상을 젊은 세대에게 물려준 것은 다름 아닌 기성세대이다. 이런 세상에서 집단주의가 실종되는 것은 필연인 것이다.

 

덧붙여, “집단주의 실종과 개인주의 횡행”이라는 나의 진단 자체가 기성세대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군사독재로 상징되는 7080 시대의 특수성 탓에 우리 오십대 꼰대들은 ‘집단주의=절대선, 개인주의=절대악’이란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 있다. 학생운동을 이렇게 하다 보니 교육운동판(=전교조)에서도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했고 반대로 이를테면 자기 성장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향해 ‘개인주의’라는 낙인을 찍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주의보다 더 무섭고 치가 떨리는 “무관심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것에 절망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 절망감이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게 우리들 자신을 추스려야 한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 운동의 출발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여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4년 연속으로 이삼십 대 교사들이 주를 이루는 학교에서 근무해왔다.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 바는, “이 분들은 다만 우리와 다를 뿐이다”는 것이다. 심성이나 교육자적 자질 면에서 라때의 교사들보다 더 좋으면 좋지 나쁘지는 않다.

내가 유감을 품는 지점은 딱 하나다. 집단주의의 결핍. 이러한 면조차 이들의 자질과는 무관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다. “세대 간의 접속”이 답이라 생각한다. 꼰대들이 이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야 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친교를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유된 활동”이 현재의 교육운동의 중핵으로 자리해야 한다.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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