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광주

리틀윙 2021. 1. 27. 13:35

나의 살던 고향 대구에서 광주까지 자동차로 2시간 안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대구 사람에게 광주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거리는 가까워도 광주는 내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도시여서 29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봤다. 5.18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오기 위해 망월동 묘역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29년이 지난 어제 같은 장소를 찾았다. 그간에 부침 많은 우리 정치사를 대변하듯 망월동 묘지는 명실상부한 국립묘역으로 거듭나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국립5.18민주묘지다. ‘민주묘지’라는 명칭이 시사하듯 지금 이곳에는 5.18 이후의 민주 열사들도 안장되어 있다.

내가 존경하는 김남주 시인, 나와 같은 나이로서 내가 첫 발령을 받은 1988년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명동성당에서 몸을 던진 조성만 열사, 교사 출신으로 최근까지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가 2019년 12월에 영면하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의장님도 계셨다. 그리고 영화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이자 5월 광주의 영웅 가운데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윤상원 열사(이 분은 한국의 체 게바라다!)의 사진도 담았다.

 

 

 

 

광주교육연수원에서의 강의는 처음이다. 강의 첫머리에 선생님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소회로 말문을 열었다.

 

“격동의 8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보낸 내게 광주는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 ”

 

다른 강의 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기존 강의 자료를 상당부분 업데이트 하며 1주일 동안 준비를 했다. 광주와 광주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나의 각별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선생님들께서 내 이야기에 귀를 열고 흥미 있게 들어주시는 듯했다. 다만, 시간 배분을 잘못하여 막판에 급하게 서둘러 마무리를 하는 과오를 범했다.

 

어쨌든 보람 있고 가슴이 짠했던 하루였다.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광주의 밤이어서인지 이른 새벽에 잠을 깨 상념에 흐르는 단상을 글로 남긴다. 광주에서 구미 가는 버스는 하루에 세 번 밖에 없다. 원래는 여유 있게 12시 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첫 차로 가야겠다.

어제 귀한 시간 내셔서 나와 함께 해주신 문** 선생님, 이**선생님, 그리고 망월동 묘역 해설해주신 백**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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