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돈은 물론 중요하지만...

리틀윙 2021. 1. 27. 09:28

20년 전에 봤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대사가 문득 생각나는 하루였다.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의 유능한 매니저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는 윗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제안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 맥과이어는 직원들에게 이별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에이전시 회사를 하나 차렸으니 같이 일 할 사람은 따르라고 호소하지만 모두들 냉담한 반응이다. 맥과이어가 비통한 마음으로 문을 나설 때 용기를 내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도로시(르네 젤위거 분)는 훗날 맥과이어에게 자신이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감흥을 받고 싶어요.

I care about the job, of course. But mostly I just want to be inspired.

 

 

영단어 ‘job’은 일이라는 의미와 생계수단 혹은 돈벌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문맥상 위의 대사는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을 통해 내 영혼이 고양되기를 원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우리 교사들은 돈 벌기 위해 학교에 출근해서 학생을 교육한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교단에 서는 이유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돈 벌이가 전부인 교사는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일이나 위에서 시키는 일에만 신경 쓴다(care). 이런 사람의 눈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이를테면 그늘진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는 교사가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전자는 현명한 사람, 후자는 우직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이 자기 한 몸의 안위와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언정 영혼은 메마른 반면, 우직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간다.

 

많은 전교1등들이 환자의 생명을 뒤로 하고 파업에 나서지만,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며 인도주의를 실천하려는 선량한 의사들도 있다. 요즘 교사들은 의사들처럼 전교1등을 달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등생들이었다. 1등급 출신이면서 돈벌이보다 영적 감흥을 갈구하는 젊은 교사들을 볼 때 흐뭇하기 그지없고,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하는 나의 영혼도 고양된다.

 

메마른 세상이 그래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버텨가는 것은 그나마 이 우직한 사람들 덕분이다.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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