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부모에게

지랄총량의 법칙

리틀윙 2020. 4. 4. 00:56

3세반 같은 3학년 녀석들!

2학기가 되면 좀 나아지려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갈수록 더 하다. 11명 남자 아이들 가운데 차분한 아이 한 둘 뺀 나머지는 모두 일급 개구쟁이들이다. 날마다 이 개구쟁이들과 게릴라전투를 벌이는데, 흡사 옛날 오락실에 있는 두더쥐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한 쪽을 진압하면 다른 한 쪽에서 ‘메롱!’ 하며 고개를 쳐드는 두더쥐 게임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장난질에 관대한 입장을 취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나보고 ‘착하다’ 한다 ㅎㅎ


아이들이 몰라서 그렇지 내가 한 성격 하는 사람이다. 내게 선량한 무엇이 있다면, 인품이 아니라 교육신념이다. 나는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실컷 뛰어놀아야 한다고 믿는다. 

유리창이 깨질 위험이 있다고 해서 골목길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에게서 공을 뺐어서는 안 된다. 설령 유리창이 깨지더라도 공을 차게 해야 한다. 유리창이 망가지는 것이 아이들이 망가지는 것보다 사회적 손익 계산서가 훨씬 낫기 때문이다. 


3학년이 원래 그런 거다. 신체적으로 대근육이 발달하면서 그냥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를 일부러 다다다 달려간다.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잠시라도 가만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아이들의 활동성을 차단시키면 이상이 생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병이 든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인데, 어릴 때 실컷 뛰어놀지 못하고 망가져가면 이 나라의 미래도 어두워지는 거다.


사진은 2015년에 쓴 [교사가 교사에게] 속의 내용을 화면 캡처한 것이다. 

‘지랄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한 인간이 평생 떠는 지랄의 총량은 일정하다는 것이다. 

어릴 때 지랄을 최대한 많이 떨어야 어른 돼서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간다. 반대로 자의든 타의든 어릴 때 지랄 떠는 걸 억제한 결과 어른 돼서 지랄 떠는 것을 ‘늦바람’이라 한다. 어른이 늦바람 들면 가정과 사회가 불행해진다. 특히 높은 사람들이 지랄 떨면 나라가 망한다.


요즘 들어서 아이들이 유달리 부산을 떤다. 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드는 길목에 특히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을 내 책에서 ‘항상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아이들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생리적 방편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교실에서 장난질이 심해지는 것이다.


아이들의 장난질이 심한 교실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인내심 보다는 이해심, 인품 보다는 신념이다. 지랄총량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 법칙의 정당성에 대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개구쟁이들이 실컷 지랄 떨도록 ‘Let It Be’ 해야 미래의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돌아간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청년이 되고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우병우 김기춘 같은 괴물이 덜 배출되면 결국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2019.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