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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동물전시산업의 쇠퇴에 대한 단상

얼마 전 뉴스에서 코로나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굶어 죽을 판국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수익 감소로 인해 먹이 살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너무 웃기는 말이다. 동물들 걱정이 되면 동물이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면 된다. 그게 유일한 인도적 실천이다.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은 동물감옥 외에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아무 죄도 없이 무기수로 이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갇혀 있다. 그러니 동물원 측이 코로나 때문에 동물 걱정을 늘어놓는 것은 고양이 쥐 걱정하는 격일뿐이다. 1983년, 세 살 박이 범고래가 인간들에게 납치되어 세계 최대의 아쿠아리움 씨랜드에 팔린다. 씨랜드가 ‘틸리쿰’이라 이름 붙인 이 아기고래를 잡는 과정이 비인간의 극치를 치닫는다. 떼를 지어 헤엄쳐가는 고래..

사랑스러운 아이들

올해 우리 반 아이들, 너무 사랑스럽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연속으로 4년째 3학년 담임을 해오고 있는데 첫 해와 셋째 해에는 힘든 아이들이었고 둘째 해와 올해는 순한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힘든 아이들과 순한 아이들 둘 다 3학년 특유의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니, 지식에 대한 욕구가 왕성한 점이다. 수업 시간에 학습 주제와 관련한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눈을 반짝이며 이따금씩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지른다. 올해 아이들은 특히 이러한 지적 호기심과 학습 열정이 강해서 나도 수업하는 신명을 느낀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2시간 연강으로 70분씩 수업을 하는데도 학습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것이 뜻밖이고 그래서 더욱 기특하고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우리 반 아이들의 입에서 매..

교실살이-1 2020.08.02

코로나가 바꾸는 세상

코로나가 전교조도 바꾸고 있다. 오늘 경북지부 대의원대회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전교조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회의 때 여담으로 나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계속 온라인으로 대의원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9시 조금 넘어 마쳤다. 예전 같았으면 12시쯤 마쳐서 피곤한 몸으로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학교 일을 마치고 퇴근 후 구미에서 포항까지 왕복 200킬로미터를 운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개인의 육체적 피로도 피로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면서 연료비를 소모하고 또 공해를 발생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런데 온라인 회의를 열면 이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을 막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온라인 회의는 동료들의 체온과 숨소리를 느낄 수 없어서 ..

집단적 혐오정서의 위험성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이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에 댓글을 단 한국 네티즌의 행태다.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느니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라며 쾌재를 부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어묵’ 운운하며 비아냥거리는 일베 무리들과 뭐가 다른가? 아니 일베보다 더 나쁘다. 일베는 스스로 보수 혹은 수구적 정체성을 인정하지만 이들은 진보를 가장한 쇼비니스트적 파시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지은 죄가 많고 중하지만 나쁜 것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지 일본 국민은 아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현상에 대해 분노를 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분노의 정서는 구체적이어..

코로나가 바꾼 것

코로나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한편으로 코로나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꾼 측면도 있다. 대기오염이 현격히 줄어들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가 하면 자연에서 동물들이 활개를 치며 다니기도 한다. 인간 삶이 위축되니 동물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학교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청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나 교육사업이 취소되니 교사들이 오직 학생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저절로 조성되었다. 모르긴 해도, 교육청 관계자 분들도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는 교육청 본연의 존재이유를 회복해 보람을 느끼시는 듯하다. 그리고 왠지 올해는 관리자 분들도 코로나로 힘겨운 교사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힘을 실어주시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공공연히 “올해 우리 학교 교장-교감 선생님 너무 착해지셨다!..

등교 수업

3월1일이 학년도 시작인데 거의 100일 만에 등교개학을 했다. 이 시점에서 교사는 두 마음이 교차하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아이들이 반가운 한편, 숨 가쁜 나날이 펼쳐지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 때 팔을 내밀고 피 뽑기 전에는 두렵지만 막상 주사바늘이 들어오고 나면 아무렇지 않듯이 교육일상은 시작되고 나면 원활히 돌아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수업이다. 책상을 최대한 띄어놓고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니 여간 힘들지 않다. 더구나 여름의 문턱에 접어들어 날씨는 더운데 10분만 떠들면 숨도 차고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마스크 벗고 땀을 닦으려 하면 “매뉴얼”이 떠올라 망설이고 아이들 눈치를 보게 된다. 코로나 상황에서 수업이 힘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둠활동을 할 수 없어 교사 혼..

교실살이-1 2020.08.02

1980년 광주와 2020년 미국

현재 미국의 상황과 80년 광주가 너무 비교된다. 둘 다 폭력적인 공권력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민중 항쟁이지만, 전개되는 모양새가 완전히 다르다. 80년 광주가 철저한 자기희생과 헌신 그리고 뜨거운 연대의 결집체라면, 2020년의 미국은 폭력과 약탈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다. 이것은, 이기심과 이타심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천민자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차이다.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80년 전두환정권과 판박이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성난 군중을 달랠 생각은 않고 강경진압을 하겠다는 것도 그렇지만... 전문 시위대가 주도한다느니, 시위 참가자들이 대부분 외부세력이라느니, 극좌파들이 앞장서고 있다느니 하는 워딩이 80년 전두환과 똑같다. 최근 내가 ‘5.18광주’ 관련 글에서 붙인 사진 속의 영문자료(어떤 분이 미국..

행동주의심리학

일반인들에게 ‘행동주의behaviorism’라는 말은 낯선 기표일 수 있지만, 교육학을 공부한 교사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다. 교사든 일반 학도들이든 대체로 행동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품고 있는데 이것이 거의 맹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성에 문제의식을 품는다. S-R(자극-반응)로 표상되는 행동주의 이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품는 자체는 정당하다. 복잡 오묘한 인간 존재가 동물과 똑같이 “외부 자극에 그대로 반응한다”는 사고는 팩트를 떠나 어떤 불경(不敬)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의 오류는 인간을 동물과 같이 취급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본 것에 있다. 인간 질병 유전자의 75%가 초파리에게서 관찰된다고 한다. 각종 암은 물론 알츠하이머나 자폐 같은 정신 이상증세도 인..

이론과 실천 2020.08.02

되찾은 양심

금고털이범 지미 발렌타인이 출소한 며칠 뒤 인근 도시에서 잇따른 금고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고도의 기술로 특수 제작된 금고임에도 범인은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돼지 저금통 털 듯이 감쪽같이 털어간 것이다. 베테랑 형사 벤 프라이스는 이런 신통한 기술의 소유자는 세상에 딱 한 사람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지미 발렌타인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엘모어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해 새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름까지 랄프 스펜서로 바꾸고서 구두점을 차려 예전과 달리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자 했다. 사업이 번창하여 지미 아니 랄프는 마을에서 모두로부터 호감과 존경을 받는 유능한 청년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더욱 좋은 것은 평소 흠모해온 은행장의 딸 애너벨의 마음을 싸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이..

삶과 교육 202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