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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공동체

초임 시절인 80년대 말에는 학교 교직원의 구성이 간단했다. 교사와 관리자 그리고 기능직(지금의 주무관)이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학교급식이 이루어지고 방과후학교에 이어 돌봄이 도입되면서 학교일상이 복잡다단해져갔다. 이 일련의 변화들은 9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학교사회 내의 집단들 사이에 갈등 같은 것은 잘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11년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생겨나면서 내적으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를 결사하고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운동)은 개인의 이익이나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도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느 사회와 달리 학교는 집단구성원 ..

삶과 운동 2020.08.02

전문가 바보

바보 혹은 백치를 뜻하는 영단어 ‘idiot’의 어원이 흥미롭다. “바보 같이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을 뜻하는 이 낱말은 그리스어에서 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의 문제 즉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자유 시민의 중요한 자질로 생각되었다. 이에 따라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사회적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로 “Idiotes(ΙΔΙΩΤΕΣ)”가 생겨났다. 이 낱말은 자기라는 뜻의 ‘idios’에서 유래한다고 하니, 결국 ‘백치(idiot)’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을 지칭하는 경멸조의 용어가 그 기원이라 하겠다. 이 말이 독일로 건너가서는 ‘Fachidiot’라는 단어를 파생시켰다. 독일어로 Fach는 ‘특별한 분야’, 혹은 ‘전문 분야’라는 뜻이고, idot는 영단어 의미 그대로..

이론과 실천 2020.04.04

모든 것을 의심하라!

모든 것을 의심하라! 철학사에서 ‘회의론’이란 한 획을 남긴 데카르트의 말로 유명하지만, 칼 마르크스도 똑같은 말을 즐겨 썼다. 마르크스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De omnibus dubitandum”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학문하는 사람, 진리에 목말라 하는 사람은 이 경구를 영혼 깊숙이 간직할 필요가 있다. 무릇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론이나 가치관은 대부분 미성숙한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데, 우리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수용한 것이 아니라 어떤 외적 권위나 강제에 의해 주입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왜곡되게 형성된 인식을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라 일컬었다. (이데올로기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 용어는 프랑스대혁명기에 트라시Tr..

이론과 실천 20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