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집단적 혐오정서의 위험성

리틀윙 2020. 8. 2. 01:22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이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에 댓글을 단 한국 네티즌의 행태다.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느니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라며 쾌재를 부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어묵’ 운운하며 비아냥거리는 일베 무리들과 뭐가 다른가? 아니 일베보다 더 나쁘다. 일베는 스스로 보수 혹은 수구적 정체성을 인정하지만 이들은 진보를 가장한 쇼비니스트적 파시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지은 죄가 많고 중하지만 나쁜 것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지 일본 국민은 아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현상에 대해 분노를 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분노의 정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아베가 밉다고 해서 일본인 자체를 증오하는 것은, 전두환이나 이명박이 밉다고 경상도 사람들을 증오하는 것과도 같다.

 

오늘 아침 다른 뉴스에서 ‘한국인 머리채 잡고 폭행... 해외서 코로나 인종차별’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이웃 나라의 슬픔을 비웃는 우리가 이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성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증오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적개심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표출해야 한다.

나는 저급한 민족주의에 기초해 단지 일본인과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증오심을 품는 한국인들을 증오한다. 이들과 같은 국민이라는 게 부끄럽다. 그런 무책임하고 비열한 댓글을 읽으며 피눈물 흘릴 (이를테면) 일본인 유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구체적이지 않은 집단적 혐오정서는 사회적 정신병이다. 그것은 맹목적 애국주의에 기반한 파시즘이란 이름의 정신병이다. 사이비 진보들의 이 집단적 정신병이 최근에는 민족감정을 넘어 지역감정으로 확대되어 ‘경상도인=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을 유포하고 있다. 히틀러의 파시스트들이 유대인만 증오한 것이 아니다. 같은 독일인 중에도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증오하고 처단했다. 군중심리에 편승한 집단적 혐오정서가 무서운 게 이런 것이다.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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