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서곡

리틀윙 2020. 9. 17. 16:25

지붕 위에서 못 내려오는 소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그 따뜻한 마음 크게 공감한다. 인간에게 내재한 선한 마음으로 맹자의 측은지심이 이런 게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내려오면 뭐하나 어차피 제 명대로 못 살 텐데... ㅠ

소 입장에서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도살장에서 참혹하게 죽는 것 가운데 어느 게 더 나쁠까?

 

 

조난당한 소를 애처롭게 생각하는 10분의 1의 마음으로 동물의 불행과 환경파괴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

 

육식이 나쁘다는 말은 않겠다. 나도 좀 전에 저녁 식사로 소고기 맛있게 먹었다. 다만, 육식을 좀 줄였으면 한다. 과다한 육식문화로 인해 너무 많은 소, 돼지, 닭 등이 사육된다. 너무 많은 가축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도 나쁘지만 가축이 내뿜는 암모니아가 대기오염의 주범인 점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 어릴 때 소고기가 귀했다. 비쌌기 때문에 가성비를 최대한 높여 소비하는 방법으로 소고기 국을 끓여 먹었다. 이 귀한 고기를 ‘로스구이’로 먹는 것은 부자들의 몫이었고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소고기를 마음대로 구워 먹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는 모두 부자들이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우리가 동물들에게 덜 미안했다.

그리고,

지구 환경도 훨씬 덜 파괴했다.

 

유례없이 긴 장마에 이어 태풍까지 닥쳐 비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만년설이 완전히 녹아 없어졌다고 한다. 이 두 이상기후현상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지나친 풍요와 과식을 좇은 우리 인간의 탐욕이 빚은 결과이자 앞으로 닥칠 대재앙의 서곡이다. 지붕 위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저 소의 신세는 조만간 닥칠 우리 인간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