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언터처블

리틀윙 2020. 9. 17. 16:19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흥미있는 영화 [언터처블]을 보면서 미국 사회에 대해 세 가지 면에서 놀랐다. 마피아로 상징되는 무지막지한 폭력배들이 활개 치고 다니며 백주대로에 잔인한 범죄를 쉽게 벌이는 것도 충격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극악무도한 무리들이 공권력의 비호 하에 법망을 피해가는 점이다. 하지만 강직한 성향의 엘리엇 네스 수사관은 끊임없는 살해 협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네스의 별명이 ‘언터처블 the untouchable’인데, 문자 그대로 ‘접촉하기 어려운’ 즉 매수하기 어려운 사람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 번째로 놀라운 것이 이 글의 주제와 관계있다. 그것은 네스 수사관이 알 카포네에 수갑을 채울 때 죄목이 살인이나 마약매매 따위가 아니라 ‘탈세’였다는 점이었다. 천하의 알 카포네가 일개 수사관에 의해 ‘탈세’라는 올가미에 걸려 알카트라츠라는 유명한 감옥에서 7년6개월의 옥살이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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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483만이고 사망자는 16만에 이른다. 매일 수천 명이 코로나로 죽어가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정신 못 차리고 한국의 통계가 거짓이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제 뉴스에는 햄버그 가게의 불친절에 열 받은 여성이 남친을 부추겨 해당 직원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세계 최강이면 뭐 하나? 이건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어제 벌어진 일을 보면 우리가 미국 따라 가려면 한참 멀었다 싶을 정도로 중대한 치부가 있다.

 

표창장 한 장으로 장관 지명자를 낙마시키는 어마무시한 이 나라의 검찰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2009년에 이재용은 단돈 61억의 종자돈으로 200조에 달하는 삼성에버랜드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낸 세금은 고작 16억이 전부다. 730억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 승계로서 명백한 불법행위인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으로 4조5천억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살림을 거들 냈음에 정상적인 법집행이라면 종신형에 해당하는 범죄라 하겠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 검찰에는 ‘언터처블’이 한 명도 없다. 누가 봐도 중죄에 해당하는 피의자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삼성에서 고용한 법조인과 검찰이 짜고 치는 고스돕 형식의 토론회를 열어 삼성 팀에 판정승을 내리더니 급기야 어제 ‘기소유예’ 운운하는 쇼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잘 막으면 뭐 하나? 한 사회의 사법정의가 일개 천박한 자본에 휘둘리는 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가 이래서야 우리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니" 어쩌니 가르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 사법부에 번져 있는 유전무죄 바이러스를 못 잡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바이러스 백신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삼성공화국에 만연한 사법 부조리를 척결할 “언터처블”이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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