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특정 상표명이 보통명사로 잘못 쓰이는 몇몇 사례

리틀윙 2020. 9. 17. 16:18

방학이 시작되면 내가 맨 먼저 들르는 곳이 대구에 있는 악기사다. 이 동네는 내가 태어났고 지금 어머니께서 살고 계시는 곳이기에 자주 간다.

 

악기사에 전시된 기타 하나가 눈길을 끌어 사진을 찍었다. 메이커 이름이 오베이션(Ovation)이라 적혀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오베이션’이 이렇게 생긴 기타를 통칭하는 명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특정 기타 상표명인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아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특정 상표명이 보통명사로 잘못 쓰이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 바바리

‘바바리 맨’이라 할 때 ‘바바리’는 명품 의류 메이커 ‘버버리Burberry’에서 왔다. 버버리는 영국 메이커인데, 영국 날씨는 비가 자주 내려서 사람들이 우산 대신 입는 레인코트를 버버리 회사에서 만든 것이 오늘날 ‘바바리 코트’로 일컬어지고 있다.

‘바바리’에 대한 올바른 명명법은 ‘트렌치코트’다. ‘트렌치trench’는 참호라는 뜻이다. 보어전쟁 때 영국 군부에서 자국의 의류 회사인 버버리에 트렌치코트의 대량생산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바바리’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 라이방

특히 오십대 이상의 기성세대에서 선글라스를 ‘라이방’이라 일컫는 경우가 많다. 원 이름이 Ray-Ban인데 ‘라이방’으로 발음하기에 프랑스 메이커인가 싶었는데 미국 제품으로 조회된다. 아마 ‘라이방’이라는 명명은 일본식 발음(ライバン)으로 일종의 일제 잔재가 아닌가 싶다. 라이방이 우리에게 유명해진 것은 맥아더 장군 때문이라 한다.

(신세대에게 라이방은 'Ray-ban'에서 만든 모양의 선글라스를 말하고, 구세대에게 라이방은 선글라스와 동의어로 인식된다.)

 

# 지프

이것도 최근에 알게 된 팩트다. 우리 어릴 때부터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쌍용차 코란도처럼 생긴 차를 찌프차라 일컬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긴 차들을 Jeep차로 총칭하는 걸로 알았다. 하지만 Jeep는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외제 SUV차량으로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거리에서 Jeep 메이커의 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내용일 수 있지만 나머지 2개는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것 같다.

 

# 클락숀

자동차 경적을 ‘클락숀’ 혹은 ‘클랙슨’이라 일컫는데, 클랙슨(Klaxon, Claxon)은 자동차 경적을 최초로 만든 회사이름이다.

이 잘못된 명명은 우리 한국사람들 뿐만 아니라 본토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다 하니 ‘클랙슨’은 콩글리쉬는 아니다.

정확한 명칭은 영어로 ‘horn’, 우리말로는 ‘경적’이다.

 

# 스카치테이프

많은 사람들이 스카치테이프가 보통명사로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바리, 라이방, 클랙슨과 마찬가지로 특정 회사의 제품명이다.

스카치테이프에 해당하는 올바른 이름은 ‘셀로판테이프’다.

나는 초등교사인 덕분에 이 이름을 바르게 알 수 있었다. 과학 교과서에 실험준비물로 ‘셀로판테이프’가 적혀 있길래 처음에는 그게 뭔가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맥락상 그게 스카치테이프를 말하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 용어를 잘못 써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용들은 어떤 문헌을 통해 지식을 얻은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으로 통찰한 것이기 때문에 혹 그릇된 정보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혹 그런 부분이 있으면 페친들께서 바로 잡아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이와 같은 또 다른 사례의 낱말이 있으면 같이 공유해주시면 고맙겠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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