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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세우기

지난주에 충북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혁신학교 강의하면서 뜻 깊게 느꼈던 인상이 아직도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금 방학 중이지만 2월 하순의 어느 한 주에는 학교마다 새 학년도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교사들이 출근을 한다. 보통은 학년 차원에서 동학년 교사들이 모여 학년교육과정과 학급교육과정을 짜는데 이 일은 2~3일 정도면 끝이 난다. 이 일만 끝내면 주5일 가운데 나머지 시간은 쉬어도 된다. 이것이 보편적인 초등학교의 모습이다. 혁신학교에서는 이 주간에 5일 내내 워크숍 형태로 일정이 돌아간다. 오전은 일반학교처럼 학년/학급 교육과정을 짜고 오후 시간은 전체 교사들의 다모임(교사회의)과 연수를 배치한다. 그러니까 출근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숨 가쁘게 부대껴야 하니 방학이 방학이 아니고 오..

카테고리 없음 2021.06.17

복잡성 철학

[혁신교육, 철학을 만나다] 살림터출판사에서 2011년에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Complexity and Education’인데 우리말로는 ‘복잡성(철학)과 교육’으로 옮겨진다. 그러니까 한글 제목은 원제목을 완전히 비껴가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선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이상한 제목을 뽑았을 것인데, 내가 볼 때 차라리 원제목에 충실했으면 책이 더 많이 팔렸을 것이다. ‘혁신교육’ 운운하는 책은 너무 흔해 식상한 반면, ‘복잡성철학과 교육’이란 원제목은 뭔가 전문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현직 교사인 역자들(현인철, 서용선)의 번역 역량도 훌륭하다. 모처럼 잘 번역된 책을 접하게 된다. 책을 구입해서 읽을 때 우리 정수리를 치는 멋진 한 문장만 건져도 본..

카테고리 없음 2021.06.17

혼자가 아니다

4년 전 다부초라는 특별한 학교를 뒤로 하고 일반 학교로 향할 때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두려움이 앞섰다. 새 학교의 환경에서 가장 놀랐던 점이 교사의 인적 구성 면에서 나와 같은 오십 대의 교사들은 물론 사십 대의 교사들도 아주 드물었고 거의 이삼십 대의 젊은 교사들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이든 교사가 젊은 교사들을 대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이 “꼰대로 비치지 않기”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전교조 활동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선량한”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고 있는 편이다. 과거의 과격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신분세탁’에 관한 고민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학교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문제에 입 닫고 마냥 조신하게 지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내가 무슨 국회의원 ..

카테고리 없음 2021.06.17

학교 회의와 회사 회의

회사 광고를 맡은 5명의 부서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회의 주제는 "회사를 홍보하는 구호 선정하기"이다. 여자 팀장이 들어와 앉으면서 회의가 시작된다. 팀장: 다들 준비됐지? 자, 던져봐! 남자1: 세계의 중심 글로벌 삼진. 팀장: 약해. 남자2: 월드 베스트 글로벌 삼진. 팀장: 뻔해. 여자1: 세상을 즐겨라. 인조이 월드 글로벌 삼진. 팀장: (제안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유는? 여자1: 소비자의 관점에서 익사이트한 게 뭔지 생각해 봤습니다. 팀장: 나쁘지 않아. (잠시 생각하다 불현듯 흥분된 목소리로) 이거 좋은데! 엑썰런트! 요즘 인기 있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회의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모두 저런 식으로 열린다. 영화를 보면서..

카테고리 없음 2021.06.17

교사와 관리자 사이에서

지금까지 교직생활을 해오면서 교장교감선생님들과는 불편한 관계를 맺은 적이 많아도 교사들에게는 그런 적이 잘 없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후배교사들과는 반목하거나 불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 어릴 때부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을 혐오했고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안 되리라 다짐했다.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일정한 자부심을 품어 왔다. 내가 후배교사들과 잘 지내온 것은 나의 이러한 기질 혹은 성품과 관계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이유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교사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내가 관리자가 아닌 교사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몰랐던 이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든 탓이리라. 산마루..

교실살이-2 2021.02.09

다 계획이 있구나!

3주간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오늘 개학을 했다. 온라인 수업인데 창체 시간에 진로교육 과제로 “80살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 자신의 계획을 적기”를 냈더니 아이들이 저마다 기발하고 기특한 생각을 적어냈다. 20대에 운전면허를 따고 60대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답한 아이가 많았다. 그 중 압권은 ‘헤어디자이너’가 꿈인 아이의 글이다. 유치원 때부터 헤어디자이너 되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학원에서 기술을 배우고 졸업한 뒤에는 대학을 가지 않고 헤어샵에서 일을 배운 뒤 자신이 직접 미장원을 차리겠다고 한다. 결혼은 일찍 안 하고 서른이 넘어 할 것이며 아이는 하나만 낳을 것인데 둘이 있으면 서로 자주 싸우기 때문이란다(평소에 자기 동생이 늘 대들어서 불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월요일에 내 강의를 들었던 분인데 강의가 너무 좋아서 자신의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문의를 하셨다. ‘혁신학교 교육철학’이란 주제로 시도한 첫 강의였기 때문에 내 강의의 완성도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광주라는 지역의 특수성이나 강의 주제도 애착이 가서 나름 공을 들여 준비한 강의였기에 뿌듯한 것도 있지만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분이 교사가 아닌 관리자(교감)인 점이다. 연수 참가자 가운데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계신다는 사실을 강의 시작하기 직전에 알았다. 준비한 강의 내용 가운데 “학교 혁신을 위해서는 관리자가 먼저 혁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많이 들어 있어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다소 듣기 불편할..

교실살이-2 2021.02.09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하라

초임교사 시절 어느 학교에서 음악 시범수업을 참관했다. 지역에서 나름 음악교육 전문가로 이름이 나있는 분의 수업이었다. 역시 베테랑답게 적절한 테크닉으로 수업을 잘 진행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 분이 수업시간 내내 아이들을 너무 엄격하게 다루시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유능한 음악교사의 지도하에 아이들은 악기는 잘 다루었지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흡사 장간감 병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협의 시간에 참관 교사들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음악 지도 역량은 탁월하되 음악의 본질적인 가치를 비껴가는 과오가 그 빛나는 장점을 질식시킨다고 생각했다. 존재론적으로 음악은 즐거움을 생명으로 한다. 음악(音樂)에서 한자어 ‘樂’이 음악 ‘악’과 즐거울 ‘락’, 좋아할 ‘요’의 세 글..

교육을 말한다 2021.02.09

교사 교육과정

교육과정에는 여러 수준이 있다. 보통 국가수준-지역수준-학교수준의 세 단위로 나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교육은 국가수준도 지역(시도교육청)수준도 학교수준도 아닌 교실수준의 교육과정 형태로 이루어진다. 왜냐? 교육은 궁극적으로 교사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손끝에서 맺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여러 교과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교과는 여러 영역들로 세분화된다. 이를테면 영어교육에서는 말하기/듣기, 독해, 문법 등의 대영역이 있고 세부적으로는 발음, 어휘력, 구문이해력 등의 역량 요소들이 있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초등교사가 모든 교과목에 능통할 수 없다. 이를테면 국영수는 잘 가르쳐도 예체능 교과는 자신이 없을 수 있다. 특정 교과를 가르치는 중등교사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음악교사의 예를 들면, 피아노..

교육을 말한다 2021.02.09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음악 이야기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음악 이야기] 좋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가들에 얽힌 이야기를 시대 순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 비발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둘 다 1685년 생으로 나이가 같고, 비발디는 이들보다 7살이 더 많다. 그런데 생전에 비발디는 바흐와 헨델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스타 뮤지션이었다. # 바흐 이 위대한 음악가가 훗날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바흐는 1723년 38세의 나이로 라이프치히의 음악감독으로 뽑힌 뒤 죽을 때까지 27년 동안 봉직했다. 라이프치히 시의회에서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원하던 유능한 음악가를 뽑지 못하고 2류 음악가인 바흐를 선택했다. 시의회는 실력이 변변..

이성과 감성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