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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 철학

리틀윙 2021. 6. 17. 15:31

[혁신교육, 철학을 만나다] 살림터출판사에서 2011년에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Complexity and Education’인데 우리말로는 ‘복잡성(철학)과 교육’으로 옮겨진다. 그러니까 한글 제목은 원제목을 완전히 비껴가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선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이상한 제목을 뽑았을 것인데, 내가 볼 때 차라리 원제목에 충실했으면 책이 더 많이 팔렸을 것이다. ‘혁신교육’ 운운하는 책은 너무 흔해 식상한 반면, ‘복잡성철학과 교육’이란 원제목은 뭔가 전문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현직 교사인 역자들(현인철, 서용선)의 번역 역량도 훌륭하다. 모처럼 잘 번역된 책을 접하게 된다.

 

 

책을 구입해서 읽을 때 우리 정수리를 치는 멋진 한 문장만 건져도 본전 뽑는 거다.

 

>> 복잡성 체계는 균형 상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기실, 안정 상태의 균형은 복잡성 체계에서는 사멸을 의미한다. << (28쪽)

 

존재 여건상 우리 교사들은 안전빵을 선호하는 소시민적 삶을 지향할 가능성이 많다. 가정에서는 그리 살더라도 학교에선 그러면 학교가 망한다. 나침반 바늘이 좌우로 떨듯이 시스템은 늘 불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바늘이 마침내 정북을 가리키면서 안정되더라도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이 조직이 망하기 시작하는 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지닌 집단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곳은 파시즘이 난무하는 아우슈비츠에 가까운 곳이리라. 삶은 역설이다. 안락보다는 불편, 안정보다는 불안정 속에서 개인도 집단도 성장하고 발전한다.

 

 

복잡성 철학은 기본적으로 “변혁”에 관한 이론이다. 과거의 문화유산과 가치를 후세대에 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의 보수적 성격 탓에 우리 사회에서 변화가 가장 늦게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일 수 있다. 반면, 무한경쟁사회에서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민감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 복잡성 이론은 경제학과 컴퓨터공학 영역에서 각광을 받으며 시대의 담론을 주도해오고 있다.

 

나 역시도 지금껏 복잡성이란 개념만 들었을 뿐,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복잡성철학을 접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명제는 하나의 상식이다. 어감의 차이가 있을 뿐 혁명, 변혁, 혁신은 변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요즘 학교에서 ‘혁신교육’의 바람이 일고 있다. 원제목과 생뚱맞은 책 제목이지만 혁신교육의 철학적 토대를 정립하고자 하는 분들은 복잡성철학을 교육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이 책을 일독하시길 권한다.

 

카오스이론, 들뢰즈 철학 등에 관심이 있는 분은 이 책을 더욱 흥미있게 읽으실 것이다. 복잡성이론은 조금 복잡하지만, ‘변증법’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그 심오한 이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