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76

전문가 바보

바보 혹은 백치를 뜻하는 영단어 ‘idiot’의 어원이 흥미롭다. “바보 같이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을 뜻하는 이 낱말은 그리스어에서 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의 문제 즉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자유 시민의 중요한 자질로 생각되었다. 이에 따라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사회적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로 “Idiotes(ΙΔΙΩΤΕΣ)”가 생겨났다. 이 낱말은 자기라는 뜻의 ‘idios’에서 유래한다고 하니, 결국 ‘백치(idiot)’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을 지칭하는 경멸조의 용어가 그 기원이라 하겠다. 이 말이 독일로 건너가서는 ‘Fachidiot’라는 단어를 파생시켰다. 독일어로 Fach는 ‘특별한 분야’, 혹은 ‘전문 분야’라는 뜻이고, idot는 영단어 의미 그대로..

이론과 실천 2020.04.04

모든 것을 의심하라!

모든 것을 의심하라! 철학사에서 ‘회의론’이란 한 획을 남긴 데카르트의 말로 유명하지만, 칼 마르크스도 똑같은 말을 즐겨 썼다. 마르크스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De omnibus dubitandum”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학문하는 사람, 진리에 목말라 하는 사람은 이 경구를 영혼 깊숙이 간직할 필요가 있다. 무릇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론이나 가치관은 대부분 미성숙한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데, 우리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수용한 것이 아니라 어떤 외적 권위나 강제에 의해 주입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왜곡되게 형성된 인식을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라 일컬었다. (이데올로기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 용어는 프랑스대혁명기에 트라시Tr..

이론과 실천 2020.04.04

나의 글쓰기 방법 1 – 글의 개요를 미리 짜지 않기

나는 글쓰기를 좋아할 뿐 전문적인 글쟁이라 할 수 없다. 학창시절 교내 백일장 대회 따위에도 한 번 나가본 적이 없고, 글쓰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도 없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 방식은 보편적인 글쓰기 원칙을 떠나 순전히 내 나름의 실천을 통해 체득한 것임을 미리 일러둔다. 때문에 나의 관점은 정론을 거스르는 변칙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글이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쓸데없는 일일 테니 말이다. 지금부터 나만의 글쓰기 방법을 말해보겠다. 나만의 글쓰기 방법, 그 첫 번째는 “글의 개요를 미리 짜지 마라”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기본 상식에 비추어 이 말은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들릴 지도 모른다. 집을 짓기 전에 설계도를 먼저 그리듯이..

이론과 실천 2020.04.03

공부하는 사람이 희망이다

(어제 있었던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주관의 워크숍 때 발표한 내용을 약간 손질해서 올린다.) 이번 여름방학 중에 경기도 안산의 모 초등학교에 강의하러 갔을 때 느낀 소회로 이야기를 열고자 한다. ‘경기교육철학연구회’라는 모임에서 강의를 요청했는데, 이 학교 교사들이 모임 구성원의 주를 이루었다. 강의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서 오후 4시까지 거의 하루 종일 이어졌는데, 교사들의 학습 의욕은 불볕더위의 햇빛만큼이나 뜨거웠다. 무엇이 이 선생님들로 하여금 방학을 반납한채 폭염을 뚫고 이곳 학습의 장으로 향하게 했을까? 강의 끝난 뒤, 나를 섭외한 연구부장 교사와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나누었다. 말하자면, 그 시간 이후로는 내가 학습자가 되어서 그 분들에게서 배우고자 했다. 무슨 학점 따위가 주어지는 ..

이론과 실천 201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