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좀
내 일천한 학문 여정에서 만난 이론체계 가운데 마르크스주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들뢰즈의 사상이다. 들뢰즈의 대표 저서(정확히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동 저작물) [천의 고원]을 나도 끝까지 읽어 보진 않았다. 이 책의 중심 개념인 ‘리좀’에 관해서만 알아도 좋을 것 같다. 이 개념을 만난 것은 신선한 충격이고 축복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마르크스주의에 천착해 가던 내가 균형잡힌 사고를 갖게 된 것은 들뢰즈와의 ‘접속’을 통해 가능했다. 한 10년 전, 들뢰즈의 이 천재적인 개념을 접했을 때 떠오른 기억 하나가 있다. 김대중 국민정부를 지나 노무현 참여정부에 이르러 한반도에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의 일이다. 이남에서 주최한 아시안 게임에 이북 선수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