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76

리좀

내 일천한 학문 여정에서 만난 이론체계 가운데 마르크스주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들뢰즈의 사상이다. 들뢰즈의 대표 저서(정확히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동 저작물) [천의 고원]을 나도 끝까지 읽어 보진 않았다. 이 책의 중심 개념인 ‘리좀’에 관해서만 알아도 좋을 것 같다. 이 개념을 만난 것은 신선한 충격이고 축복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마르크스주의에 천착해 가던 내가 균형잡힌 사고를 갖게 된 것은 들뢰즈와의 ‘접속’을 통해 가능했다. 한 10년 전, 들뢰즈의 이 천재적인 개념을 접했을 때 떠오른 기억 하나가 있다. 김대중 국민정부를 지나 노무현 참여정부에 이르러 한반도에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의 일이다. 이남에서 주최한 아시안 게임에 이북 선수들이 ..

이론과 실천 2017.04.03

유대인과 자본주의, 그 기묘한 공동의 운명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은행을 뜻하는 영단어 bank의 유래가 흥미롭다. bank는 라틴어 banco에서 유래한다. 방코는 ‘탁자(책상)’란 뜻이다(bench와 어원이 같다).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Banco Rosso Tours’라는 여행상품이 있는 모양이다. Banco Rosso는 ‘붉은 책상’이란 뜻인데, 그림에서 유대인 복장을 한 남자가 붉은 책상에 앉아 있다(관광객들에게 전시할 목적으로 만든 밀납인형일 것 같다). 그렇다. 이 낱말은 유대인과 관계있다. 해상교통이 발달한 베니스(베네치아)는 중세 유럽 무역의 중심지였다. 바빌론 유수(幽囚) 이후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유럽 각지로 퍼졌는데(이를 ‘분산’이라는 뜻으로 ‘디아스포라diaspora’라 일컫는다), 그리스와 로마 지역에 많이 살았다. 알다시피 유럽사회에 기독교가 ..

이론과 실천 201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