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역사 공부를 위한 책 소개

리틀윙 2017. 2. 27. 11:59

지난 글에선 지성을 쌓기 위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려는 분들은 우선 역사책부터 먼저 읽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글에선 어떤 역사책이 좋은지 내 경험을 근거로 책 추천을 하고자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내 서재에 역사 관련 도서를 모아둔 책꽂이를 캡처했다. 제법 많은 책이 있다. 내 서재에 꽂힌 책 가운데 조금 읽고 말거나 아예 읽지 않은 책도 많지만 이 역사책들은 대부분 읽은 것 같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그만큼 역사는 재밌고 진도가 잘 나간다.

 

사진 속의 책들 가운데 정말 괜찮은 책(★★★), 읽으면 좋은 책(★★), 덜 중요한 책() 기준으로 선별을 해보겠다. 사족이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나의 일천한 독서 목록이 좋은 역사서적의 샘플인 것도 아니다. 다만 참고하기 바란다.

 

 

 

 한국현대사와 북한 관련 서적들이다.

다 재미있는 책들인데, 한국사 책으로 [대한민국사★★★]가 좋다. 현재 4권까지 출간된 걸로 아는데, 진보적인 학자인 저자(한홍구)의 시각이 편협하지 않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구수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내는지라 소설 읽듯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그 옆에 있는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박세길의 관점이 주사파(이른바 종북)에 가깝다.

그 외, 홍동근 목사와 문익환 목사, 황석영, 루이제 린저의 북한방문기도 재밌다. , 약간의 거리를 두고 읽어야 한다. 특히 현재와의 시간차를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이 섹션에서 강추하고픈 책은,

[대한민국사] 외에 [한국전쟁의 기원], [김일성],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이다.

[한국전쟁의 기원★★★]은 브루스 커밍스의 명저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다. 좌파적 시각이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커밍스는 중도파이다. 한국전쟁에 대해 좌파적 시각의 책으로 I.F. Stone[Hidden History of Korea War★★★]가 좋은데 한글번역판이 없는 점이 아쉽다.

[김일성★★]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학자 서대숙(하와이 대학)의 책인데, 제목에서 품는 느낌과 달리 김일성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그 점이 장점이다. , 우파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김일성은 우리가 아는 김일성과 많이 다른 인물인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는 신영복 선생의 옥중스승으로 유명한 노촌 이구영 선생의 전기다. 한국전쟁 때 월북한 뒤 남파 공작수로 내려 왔다가 검거되어 20여년 옥살이 하셨는데, 자신을 검거한 형사 놈은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할 때 자신을 검거한 친일형사였다 한다. 감옥에서 이구영 선생은 바늘을 늘 책 290쪽에 넣어 보관하셨다고 한다. 이 분들에게 바늘은 소중한 생필품이었다. 감옥 밖에서 좋은 차를 몰고 길을 활보하는 사람들과 감옥에 갇혀 바늘을 귀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훌륭한 삶은 훌륭한 책을 낳는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은 꼭 읽어볼만하다. 비운의 독립운동가 김산의 삶을 따뜻한 필체로 그리고 있는데, 님 웨일즈는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혁명사에 정통한 에드가 스노우의 와이프였다.

[광주민중항쟁비망록★★★]805월의 처참한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보고서이다. 5월광주를 모르고 우리 현대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야기인물한국사★★★]가 좋다. 이이화 씨의 책은 다 재미있고 또 저자의 역사관이 신뢰할만하다.

[프레이저보고서★★]는 당시(90년대)엔 충격 속에 흥미 있게 읽었는데, 지금은 [100년 전쟁]이라는 다큐영상 속에 다 언급되는 이야기여서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박정희의 심복 김형욱이 미국 프레이저위원회에 출두하여 박 정권의 치부를 낱낱이 폭로한 것을 토대로 쓴 보고서이다. 이를 대가로 김형욱은 박정희에게 갈기갈기 찢겨져 죽어야 했다.

 

 

 

 

[고려(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오백년야사★★], [조선시대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숨겨진 한국여성의 역사★★★] 이런 단행본들은 다 재미있다. 조선시대 민중들의 생생한 일상을 구경할 수 있는 게 흥미롭다.

 

 

 

 

[위안부★★★]가 좋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인의 시각에서 쓴 르뽀르따주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주한미군]은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저지른 범죄 사례를 기록한 책인데, 흥미있게 읽을 수는 있지만, 당시 이런 책들은 주사파 시각에서 쓴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에드가 스노우의 [북경의 붉은 별★★★]은 정말 재밌다. 부피가 상당해 보이지만, 원 책은 이것 두 배가 된다. 최근에 완역된 책을 구해 읽는 게 좋다.

이 책은 삼국지만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마오는 유비와 관우, 장비를 합쳐 놓은 듯한 인물이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후 심각한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마오에 대한 우리 인식의 오류가 훨씬 심각하다.

이 책을 너무 흥미있게 읽어서 그 뒤로 저우언라이(주은래)의 전기인 [인간주은래★★]와 주더(주덕)의 전기인 [위대한 길★★★] 등도 재밌게 읽었다. 주더의 전기를 쓴 작가 아그네스 스메들리는 인디언 출신의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작가의 삶 또한 흥미롭다.

우리는 중국현대사에 대해 너무 모르면서 사회주의중국과 마오쩌둥을 편협한 시각으로 비난하는 우를 범해 왔다.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그 외 [모택동의 사생활].... 뭐 이런 책은 읽지 않는 게 좋고...

사마천의 [사기]와 관련한 한 두 권의 책은 꼭 읽어볼만하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흥미있고 교훈적인 내용이 많이 수록된 보물과도 같은 책이 [사기★★★]이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브라질 노동자당...]은 같은 책인데 후자는 전자의 확장판이다. 브라질 현대사는 우리 현대사와 닮은꼴인데, 룰라의 노동자당(P.T.)의 성공 사례는 침체된 한국 진보세력의 운동방향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전범을 제공하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할 만하다.

나머지 책들은 세계 좌파운동사인데... 이런 책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한때 이런 무시무시한 책들을 숨죽여 읽어가며 인간해방을 꿈꾸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니...

이런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사회주의운동사 1,2★★★]은 정말 좋은 책이다.

 

 

 

계속해서 좌파적 시각에서 쓴 세계사 책들인데, 페리 앤더슨의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가 좋다. [라틴아메리카 현대사★★★]는 일본학자가 쓴 책인데 훌륭하다. 미제국주의의 수탈과 그 하수인들인 자국의 독재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짓밟힌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슬픈 삶을 추체험할 수 있다.

 

 

지금도 이런 책이 유통되는지 모르지만, [세계의 역사], [에세이 세계사], [세계사 수첩] 다 재미있다. [이야기 무슨무슨역사 시리즈]도 심심풀이로 읽을 만하다. [엘살바도르 혁명사][산디노의 딸들]도 참 좋다.

 

 

이 섹션에 좋은 책이 많다.

[노동하는 기타...★★★]는 세계최초이자 유일무이하게 선거에 의해 출범한 사회주의정부인 칠레 아옌데 정부의 비극적인 최후와 당시 민중가수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빅토르 하라의 일대기이다. 박정희 전두환 못지않은 살인마 독재자 피노체트의 잔혹한 실상을 읽을 수 있다.

 

[시팅불★★][나를 운디드니에...★★★]는 통한의 아메리카인디언 역사서이다. 특히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는 정말 훌륭하다. 이 책 또한 축소 번역한 책인데, 최근의 책은 완역본으로 나와 있다. 이 책은 정말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이 책 속에 영웅적인 추장 시팅불 이야기가 나오니 [시팅불]은 따로 읽지 않아도 좋겠다.

 

체 게바라 일대기와 관련한 세 책 가운데 장 꼬르미에의 두꺼운 책은 좀 지겹다. 맨 오른쪽 [체 게바라와 쿠바혁명★★★]이 부피도 적당하고 쉽게 읽히면서 내용도 훌륭하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는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지금 장황하게 소개하는 다른 책들을 다 읽지 않아도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미국사는 세계사와 동의어나 마찬가지이다. 미국사를 알면 세계와 한국의 현대사가 보인다.

그 오른쪽에 있는 [민중의 세계사★★★]는 마르크스주의 학자인 크리스 하먼의 책인데, 이 양반은 트로츠키주의자이기 때문에 군데군데 다소 편협한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세계사를 서술한 점에서 읽을 만한 책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류학(문화인류학)을 읽어야 한다. 문화인류학은 재미있다.

문화인류학의 명저로 베네딕트의 [국화의 칼★★]은 제국주의시각에서 일본을 연구한 책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태평양전쟁 때 미국이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베네딕트에게 연구를 의뢰하였다. 일본이 우리를 침략할 때도 그렇고 강대국은 적대국을 치기 전에 반드시 그 대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수행한다. 우리는 이런 점을 배워야 한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훌륭한 책인데 조금 지루하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책은 다 재미있다. 이 양반의 책 강추하고 싶다. 사진에 찍히지 않았는데, 한길사 출판의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이 좋다.

 

 

 

러시아혁명사에 관심 많은 분들은 주황색 책 [소련공산당사 1~4]이 좋다.

 

 

[팔레스타인현대사★★★]가 좋다. 이스라엘이 유린한 팔레스타인의 원통하고도 비극적인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노동의 역사★★]는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쓴 유물론적 인간역사인데, 80년대 운동권의 필독서였다. 다시 말해 지금 읽을 책은 아니다.

 

 

 

[반역의 한국사(현대사)★★] 뭐 이런 책들은 당연히 재미있다.

오른쪽의 [체 게바라...★★★][사마천...★★★]은 게바라와 사마천에 관한 단행본 책이 아닌 옴니버스 책이다. 한겨레21에 저자가 연재한 글들을 편집한 책인데, 굉장히 재밌고 유익하다.

윗편에 조우화의 [인간의 역사★★★]가 읽을 만하고, 그 밑에 있는 [정치와 조직깡패★★★]는 제목이 거시기 하지만 내용은 훌륭한 책이다. 일본의 야꾸자와 정치비사를 기록한 흥미있는 책이다.

 

 

 

역사 공부인데 왜 페미니즘 책이 나오는가 할 것이다.

 

역사(history)는 그의 이야기(his+story)이다.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위해서는 herstory를 읽어야 한다.

영웅의 역사가 아닌 피억압 민중의 역사가 진정한 역사라 하겠는데, 가장 보편적인 억눌린 민중은 여성이다. 억눌린 여성사에 대한 이해 없이 올바른 인간역사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여기 페미니즘 관련 서적들은 모두 읽을 만하다. 그 중 특별히 추천할 만한 책으로

[성의 변증법★★★], [세계여성운동★★★], [한국의 여성운동★★★], [여성학강의★★★], [여성, 최후의 식민지★★]가 좋다.

개인적으로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해서 [자기만의 방★★]을 흥미 있게 읽었다.

 

 

이 섹션에는 페미니즘 이론서로 불후의 명저가 두 권 있다. 아우구스트 베벨의 [여성론★★★]와 보바르의 [2의 성★★]이 훌륭하다. 맨 오른쪽 [창녀론]은 걸레 같은 책이고,

 

마가렛 미드의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은 문화인류학 책이지만 내가 이 섹션에 배치한 이유가 있다. 앞서 소개한 보바르의 말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길러지는좋은 사례가 바로 미드의 이 책에서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드는 뉴기니아의 세 부족 아라페쉬-먼더거머-챔불리를 관찰했는데, 이 중 아라페쉬인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 온화하고 협동적인 여성적인기질인데 반해, 먼더거머인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흥미있는 것은 챔불리족인데, 이 부족사람들은 문명사회와 반대로 남성은 여성적이어서 자기 외모를 꾸미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며 여성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이를 통해 미드는 성별에 따른 인간의 기질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된 결과임을 증명했다.

 

 

 

마지막 두 장의 사진 속의 책들은 최근에 읽은 책들이다.

[곰브리치 세계사★★★]는 불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유익한 세계사 책이다.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그리고....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2★★★]은 정말 훌륭한 책이다.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적 역량, 특히 마르크스주의와 중국의 정치문화사에 정통한 시각이 훌륭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깊이 그리고 번역자의 역량 또한 탁월하여 이 책은 중국현대사 특히 문화대혁명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유용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 생애에 만난 훌륭한 몇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싶은 책이다.

 

방대한 분량이 부담이 된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중국현대사 책으로 백승욱 교수의 [문화대혁명★★★]이 좋다.

이상, 장황한 역사책 소개를 마칩니다.

 

2017.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