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소매치기가 남의 지갑을 슬쩍 하다가 건너편에 있는 한 승객과 눈이 마주쳤다. 소매치기는 이 목격자를 향해 손에 든 면도칼을 보여주며 입 조심하라는 신호를 건넨다. 목격자는 자신의 안전을 지킬 것인지 정의를 지킬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상황에서 목격자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이 둘 밖에 없다. 그것은 간단히, 범인을 도울 것인지 피해자를 도울 것인지로 요약되는 입장이다. 명백히 이 두 입장 외에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검찰총장의 징계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이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부결되었다. 그 이유인즉, 법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판사 사찰은 중대한 범죄다. 다름 아닌 법관의 정치적 중립 혹은 사법적 소신을 위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