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포스트모던적 사고 비판

리틀윙 2019. 6. 3. 16:34

인간 사고의 발전은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진다. 개인 사고의 발전도 그러하고 인류 정신사의 발전도 그러하다.

 

70년대 말에 생겨난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용어에서 보듯이 모더니즘에 대한 반대를 기치로 내건다. 모더니즘 사상은 계몽주의로 대변되는데, 이는 인간 이성에 대한 믿음을 골자로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을 중시하는 모더니즘에 반대하여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성을 중요시하는 자세 자체가 문제 될 수는 없다. 이성 못지않게 감성도 중요하다는 포스트모던적 사고 또한 이성이 작동한 결과가 아닌가?

 

물론, 포스트모던이 강조하는 바는 (이성, 감성), (거대담론-미시담론)의 대립쌍에서 모더니즘이 전자를 지나치게 중요시했다는 비판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양성혹은 차이를 화두로 내걸면서 자율성이나 젠더혹은 섹슈얼리티따위의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여성의 문제가 계급의 문제에 가려져 소외되었다거나, 피부색이나 성적 취향에 따른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을 할 바다. 새로운 생각 혹은 사조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새로운 무엇을 받아들이면서 기존의 무엇속에 있는 가치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던져버리는우를 범하게 된다.

 

모든 사고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할 때 변증법적dialectical’의 의미는 부정의 부정negation of negation”을 거쳐 발전한다는 것이다. 유념할 것은, 변증법적 부정은 독일어로 ‘Aufheben’인데, 이 낱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점이다 1)부정negation 2)보존reservation 3)고양elevation. 기존의 것에 내재한 장점의 보존 없이 맹목적인 부정을 지향하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변덕이다. 이것은 성숙한 사고, 지성적인 자세가 아니다.

 

포스트모던적 가치를 강조하는 분들은 기존 모더니즘적 사고가 이를테면 계급문제에 편향되어 있었음을 비판하면서, 거대담론을 지양하고 작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구조적 측면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계급보다는 젠더나 소수자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이러한 주장 역시 심각한 편향성과 독선에 기초해 있음을 본다. 불평등사회(‘계급사회라는 용어가 불편하다면)에서 불평등의 요체는 경제 문제가 절대적인바, 계급 문제를 도외시한 모든 사회적 담론은 허구를 구성하기 마련이다.

 

개별적인 것, 작은 이야기의 중요성은, 어디까지나 보편-특수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인간 사회가 돌아가는 보편적인 원리를 무시하고 일상의 디테일한 측면에 주목하자는 논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선는, 이를테면 포스트모더니즘에 입문하기 앞서 모더니즘의 거대담론(마르크스주의나 그 대립지점에 있는 막스 베버나 뒤르껭의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계급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식견도 갖지 않은 분들이 새로운 시각을 강조하는 경향성을 볼 때,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경멸해마지 않는 모더니스트들과 똑같은 경직성과 아집을 보게 된다.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치를 일정 부분 인정한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스트가 되려면 먼저 모더니즘적 사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