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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속의 가부장 권위주의

15년 전 구미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다른 학교에 출장 갔다 마치고 나오다가 학교 문구점 앞에서 5살짜리 꼬맹이를 칠 뻔했다. 학교 앞 골목길이니 속력을 내려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천천히 가던 중 꼬맹이가 내 차로 뛰어 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내 차에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건만 아이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통에 졸지에 가해자가 되었다. 아이랑 의사소통이 안 돼서 내 차에 몸이 닿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주위에 아이를 아는 사람이 있어서 아이 부모와 연락이 닿았다. 놀란 기색으로 허급지급 현장으로 달려온 아이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선 병원에 가서 진단 받기로 하고 내 차에 두 사람을 태워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아이 엄마는 뒷좌석에서 연신 좀 ..

Paulo Frerie

얼음판 위에 지핀 장작불 같은 격동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도 나는 교육대학이라는 특수성 탓에 데모 한 번 못하고 졸업했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대학 같은 대학에선 날마다 학생시위가 이어졌건만 교대라는 우물 속의 개구리였던 나의 일상은 술집과 당구장은 전전한 것이 전부였다(나는 83학번이었는데 내가 졸업한 87년 뒤로는 교대에서도 학생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주변에서 술잔을 권하는 선배는 많았어도 사회과학 책 한 권 권하는 선배가 없었다. 그러다가 88년 첫 발령을 받고 근무하던 해에 전교조의 전신인 전교협이 결성되었고 내 근무지인 경북 의성군의 중등 선배교사들과 접속하여 독서모임에 나갔다. 드디어 내 오랜 숙원인 “사회과학 책 권하는 선배”를 만난 것이다. 그 독서모임에서 맨 처음 접한 사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