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존재와 의식 그리고 소외

리틀윙 2018. 1. 26. 18:00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적인 발명 능력으로 엄청난 부를 소유하게 되었다. 아이들 위인전에서 단골 영웅으로 등장하는 그를 우리는 훌륭한 인물로 기억한다. 하지만 머리는 천재일지언정 가슴은 결코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원의 손길을 부탁할 때마다 그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에디슨은 천재 발명가일지언정 천재 과학자의 반열에 들지는 못한다. 에디슨보다 훨씬 위대한 천재 과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는 패러데이의 법칙으로 유명한 전자기 유도 원리를 발견하여 에디슨의 전등 발명 이상으로 인류에게 위대한 선물인 전동기를 발명했다. 우리 일상에서 자동차를 비롯하여 굴러가고 돌아가는 것, 즉 모터를 이용한 모든 기기는 패러데이의 발견 덕분이다. 이 발견이 없었다면 현대인의 삶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페러데이는 이 위대한 지적 발견을 돈으로 '환원'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했다.

 

자기 삶 전체를 바쳐 피나는 노력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도 물질적 보상 따위는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지적 성과물을 보다 많은 백성들이 유익하게 활용해주길 바랐다. 이것이 김정호의 지적 노동에 대한 값진 보상이었고 유일한 성취동기였다. 김정호에게 지적 소유권은 너무 낯선 개념이었을 것이다.

 

나의 책 [교사가 교사에게]가 한 권 팔릴 때 책값의 10%가 내 통장에 입금된다. 책이 많이 팔리면 수입도 제법 짭짤하다. 하지만, 1만부의 책이 팔려서 그 10%의 이윤을 획득하는 것과 100만 명의 독서의욕을 지닌 독자에게 무료로 책을 나눠 주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내가 특별히 잘 나서 이러는 게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교사 작가들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우리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안정된 수입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면, 안정된 물적 '존재가 고귀한 작가정신이라는 의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예술가든 발명가든 교육자든 빚나간 물적 욕망에 포섭되면(=존재) 그의 영혼(=의식)은 망가진다. 반대로, 열악한 물적 조건(=존재) 또한 그의 영혼을 망가뜨리니 이들 지적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적 차원의 든든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단을 황폐화시키는 승진 문제도 그러하다.

질곡의 승진제도(=존재양식)가 없으면 굳이 교육혼을 배반하고 승진의 길을 가려는 의지(=의식)도 없을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교장 승진제도가 있다. 그러나 교장의 존재조건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덴마크의 교장은 평교사보다 월급을 두 배 받지만(우리는 똑같음) 일은 네 배 더 많이 하기 때문에 교장을 하려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한다. 우리처럼 젊을 때부터 교육혼을 포기하고 승진점수 쌓기에 혈안이 되는 교사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구조와 제도가 인간성을 규정한다.

나쁜 제도가 나쁜 사람을, 선한 제도가 선한 사람을 길러낸다.

 

똑같은 존재조건 하에서도 사람들마다 다른 의식을 품기도 한다. 패러데이도 에디슨처럼 큰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영혼을 지켰다. 나쁜 승진제도 하에서도 선한 의지를 발동하여 교육자적 양심을 지켜낼 수 있다. 물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인간다운 삶, 교육자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해선 내려 놓을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빛나간 물욕에의 집착은 자기정체성을 소외시킨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더 많이 가질수록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The more you have, the less you ar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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