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비고츠키 교육학

리틀윙 2018. 1. 26. 14:15

책이 나왔다.

나와 3인의 후배교사들의 공동 역서이지만, 이 책은 내 책이다.

 

이 책은 내 책이다.

내세우기를 좋아하는 성격과 거리 먼 나의 이 문맥 속에는 치열하고도 내밀한 정서가 행간에 묻어 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동료들의 역할을 폄하하는 뜻은 절대 아니다)




 

감히 말하건대, 현존하는 비고츠키관련 국내 역서 가운데 번역 퀄리티는 최고일 것이라 자부한다. 저자 유리 카르포프(Yuri Karpov)는 그리 유명한 비고츠키 후계자(Neo-Vygotskian)는 아니지만 나는 이 분의 책에 매료되었다. 무릇, 완성된 학문체계란 있을 수 없는 법, 37세에 요절한 비고츠키의 사상체계는 아직도 변화 발전해 가는 일로에 있다. 해서, 이 책 네오비고츠키주의자들의 관점 속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자칫 교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정통(orthodox는 꼭 좋은 의미는 아니다) 비고츠키주의와는 구별되는 신선한 관점을 엿볼 수도 있다.

 

이 책은 비고츠키주의를 아동교육에 원용할 수 있는 참조체제를 접할 수 있는 점에서 현장교사와 부모에게 매우 유용하다. 아동 성장의 구체적인 맥락과 연관 지어 탐구함으로써 어렵고 딱딱한 비고츠키 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이 책은 출생에서 청소년기까지 아동 발달의 비밀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역자후기에도 적었지만, 부모는 아이의 평생교육자이다. 아동의 성장에서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은 현재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나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이 읽어야 한다. 반대로, 아이를 다 키운 사람에겐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을 미리 접했더라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텐데하는 회한에 사로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한 사람이다. 학생교육은 몰라도 자녀교육에 관한 한 나는 무식한 부모였다.

 

비고츠키를 처음 접하는 분에겐 어려운 책일 수도 있다. 비고츠키 이론이 원래 어렵다. 그래도 이 책보다 더 쉬운 비고츠키 이론서는 없다고 자평한다. 약간 어렵긴 해도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혹 읽으시다가 벽을 만났을 때 질문 주시면 기꺼이 도와 드리겠다.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장본인으로서 마땅한 의무라 생각한다.

 

나의 30년 교직이력은 비고츠키를 알기 전과 알고 나서로 양분된다. 교사인 사람에게 비고츠키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의무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친애하는 후배 교육자들이 비고츠키에 대해 진지하게 천착해 가는 교사문화를 소망하면서 다소 거친 책출간 소회를 접는다.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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