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

지적 소유권이란 게 없다고 상상해 봅시다

리틀윙 2018. 1. 26. 17:57

나는 지적 소유권이란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첫째, 모든 지적 결실은 사회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결코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순수한 창작물을 만들지 않는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둘째, 이웃이 없으면 어떠한 창의적 결실도 무의미하다.

무인도에서 훌륭한 창의적 발견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의 음악이나 그림이나 연기를 감상해 줄 대중이 없다면 아티스트도 있을 수 없다. 예술가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작품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에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천박한 자본의 논리이고 폭력이기까지 하다. 나는 이 이치를 [플랜더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에서 느꼈다. 화가 지망생인 우리의 주인공 네로가 눈길을 헤매다가 성당에 도착하여 성당지키미의 도움으로 오매불망 소망하던 루벤스의 그림을 보면서 눈을 감는 장면 말이다.

 

셋째, 예술가의 혼이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는 것은 재앙이다.

지적 소유권 개념을 유포하기 위한 공익광고에 당신이 돈 주고 구입한 CD가 보아를 길러냅니다. (불법 복제품을 쓰지 말고 정품을 씁시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돈 주고 구입한 CDSM을 부유케 하고 SM은 더욱 부유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보아 같은 딴따라만을 길러낸다.

 

재능있는 예술가가 돈 맛을 알게 되면, 돈 되는 작품만 만들어내려 한다. 그로부터 예술가의 혼은 망가지고 예술가다운 정체성과 점점 멀어져 간다(alienated). 마르크스의 개념으로 소외(alienation)가 일어나는 것이다.

 

예술가의 소외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소외를 파생시킨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래샴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대중은 베토벤의 음악보다는 SM의 음악(정확히 말해, 이건 음악이 아니라 문화상품이다)에 빠져들게 된다.

 

기실 이 힘으로 자본주의가 존속유지되어 간다. 애고 어른이고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용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비판적 의식은 말살되고 사회적 모순과 고통을 잊어가는 것이니 이런 문화상품은 일종의 아편과도 같다.

 

지적 소유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예술가들은 뭐 먹고 살라 말인가? 하는 반문을 할 것이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예술작품을 사적 소유권이 아닌 공공재 개념을 생각하여 예술가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 그럴 때 예술가들이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신의 예술혼을 지켜갈 수 있다.

 

쉬운 이치로, 교사를 생각하면 된다.

교사의 머릿속에 지식이 들어 있다. 말하자면 이것도 일종의 지적 소유물이다. 그러나 교사가 그 지적 소유물을 판매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교육이 어떻게 되겠는가? 돈 내는 아이에게만 가르치고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아이는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궤변이라고?

아니다. 이 이치가 적용되는 교육분야가 있다. 사설학원이다. 학원강사는 자신의 지식이 상품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를 확장하기 위해 교육적 가치보다는 자본의 가치에 충실하려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사회적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구매가 일어게 할 것인가에 몰두할 것이다.

 

이런 참상을 막기 위해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는 선생의 생계를 사회적 차원에서 보장을 해주고 급기야 철밥통이라는 사회적 질시와 함께 교육대학이 인기 있는 진로가 되었다.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 교육의 공공성이 지켜져야 하듯이, 예술 영역에서도 공공성은 사회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 소유권이란 개념이 폐기되어야 한다.

 

나는 인간 역사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로 이 개념이 저절로 폐기될 것으로 본다. 정보화시대에서 그 모순기제가 무너지는 조짐이 보인다. 내가 예전에 큰 맘 먹고 영문판 브래티니커 사전을 거금을 주고 구입했는데, 지금 무용지물이 되었다. 구글 위키피디어에서 내 지적 욕구가 훨씬 잘 충족되기 때문이다. 구글의 문서들은 지적 소유권 개념으로 따지만 불법이나 마찬가지다. 음악 좋아하시는 분은 알 것이다. 20년 전에 인터넷에서 노래 가사나 음악을 올리는 것이 불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에선 모든 음악을 듣고 볼 수 있다.

 

Imagine there’s no possession.

지적 소유권이 없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럼 SM도 없을 것이고 청정한 예술혼이 살아 숨쉴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맑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예쁘게 자랄 것입니다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art products...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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