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 34

학생이 행복해야 교사도 행복하다!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김** 교장님께서 어제 나의 글에 대한 귀한 의견을 댓글로 남기셨다. 교장 샘의 의견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A) “교사의 행복과 아이의 행복이 제로섬게임으로 작동한다”는 나의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B) (그 근거로) 학교 경영자로서 두 집단이 동시에 행복할 수 있음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교장 샘의 유연한 반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나의 사고를 더욱 생산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토론 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로 핵심 낱말에 대한 용법(terminology)이 서로 달라서 그런 경우가 있는데, 지금 나의 글에 대한 김 교장님의 반론이 그러하다. A)에서 내가 말한 ‘행복’과 B)에서 교장 샘이 말씀하신 ‘행복’은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나는 이 두 ..

교실살이-2 2021.01.27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교사들 사이에 흔히 회자되는 경구로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얼핏, 지당한 말처럼 들린다. 학교에서 행정실 직원이라면 몰라도 교사 가운데 이 말에 반감을 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 명제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그 자체로는 진위를 검증할 수 없다.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경구는 부조리한 맥락에서 악용될 위험이 있다. ‘교사의 행복’이라는 표현은 너무 모호하다. 교사의 어떤 행복이 학생의 행복과 연관을 맺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논해야 한다. 내가 이 경구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도 현실 속에서 교사의 행복이 학생의 불행을 담보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학교의 시간 운영이다. 중등은 몰라도 초등학교에서는 시정표를 조밀하게 짜서 수업 끝내고 학생들을 ..

교실살이-2 2021.01.27

아는 만큼 쓸 수 있다

교사에게 제일 바쁜 시기가 이때다. 한해의 학사일정을 마무리 하는 시기여서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주에 제일 어렵고 중요한 과업이 생활기록부 작성이다. 우리들 학창시절이나 내 초임교사시절만 해도 교사 입장에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는 쉬웠다. 성적이 수-우-미-양-가 체제로 되어 있었으며 또 수기로 작성하기 때문에 몆 글자만 긁적여 넣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 교과의 학업발달사항을 문장으로 기술해야 하고 컴퓨터로 작성하기 때문에 입력할 글자 수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컴퓨터 작성의 장점도 있다. 예년에 작업한 내용을 토대로 기존 문장을 적절히 수정한 뒤 복사해서 붙여 넣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에 맡은 학년을 담임할 경우에는 일이 한결 수월하다. 무엇보다, 나처럼 악필인 사람은 ..

교육을 말한다 2021.01.27

It's now or never!

내가 아이들에게 치열하게 강조하는 가치 중의 하나가 생태주의다. 나는 현재 우리 인간에게 “지속가능한 지구환경”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곤두박질 쳐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지구 환경이 파괴되면 모든 게 끝이다. 안타깝게도, 교과서에서는 과학, 사회, 도덕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교과목에서 생태 문제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교실 생활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공부와 삶이 따로 가고 있는 것이다.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괴리의 원인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있다. 교사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수업시간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고 가르치면서 교무실이나 학년실에서 종이컵을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쓰는 교사의 모습을 본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생태적 삶을 살아가기는 쉽지..

졸업축하 ROCK 콘서트

해마다 거의 매번 공연을 했지만, 올해는 특별히 기억에 남을 행사일 것 같습니다. 졸업축하 ROCK 콘서트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이런 행사를 추진하려 했는지 제가 생각해도 무모했다 싶습니다. 작년에 이 학교에 와서 5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지도를 해왔습니다. 이 아이들은 음악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남다르네요. 몇몇 아이들은 졸업하기 전에 제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등교하지 않는 날에도 10~20분씩 걸어서 학교에 와서 악기 연마를 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그냥 졸업시키기가 너무 아쉬워서 일을 저질렀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도 흔쾌히 찬성하시고 적극 밀어주셔서 신명나게 달렸습니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12.24.) 강당에서 공연하려 했지만, 며칠 전부터 상황이 안 좋아지길래 지..

이성과 감성 2021.01.27

나를 규정하는 한 낱말

요즘 다시 비고츠키 공부에 빠져들고 있다. 새로운 책에서 비고츠키에 관해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의 단서를 발견할 때, 심금을 울리는 비고츠키의 혜안이 담긴 한 문장을 만날 때 크나큰 희열에 젖는다. 독서를 하면서 느끼는 이 기쁨은 실로 광부가 노다지를,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할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문득, 이런 나를 보면서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릇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멀고, 가장 친숙한 것이 가장 낯선 법이다. 가장 어려운 공부/탐구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십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지 않았다. 나를 이해하지 않고선 이웃과 세상을 이해할 수 없거늘...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역설적으로 누구나 ..

삶과 교육 2021.01.27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

1988년에 교단에 선 뒤로 지금까지 총 9개의 학교에서 근무해오고 있는데, 두 번째 학교에서 부터 지금까지 줄곧 밴드부를 결성하여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왔다. 그때가 1994년이었다. 그 시절에는 학교 예산이 빈곤해서 밴드 악기를 사달라고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드럼, 일렉기타 따위의 악기는 내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가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요청할 엄두를 못 냈다. 그래서 그룹사운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악기와 장비를 내 사비로 구입한 뒤, 다른 학교로 이동하면 들고 가서 가르치곤 했다. 또한, 그 시절 교사들은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월급 외에 따로 받는 것이 전혀 없었다. 중등과 달리 초등에는 ‘보충수업’ 따위의 개념이 없으니 이를테면 방과후에 글자 모르는 아이를 지도할 때 아무런 물질적..

교실살이-1 2021.01.27

가요 공부

2015년 1월, 북유럽 3개국 교육탐방 할 때의 일이다. 스웨덴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걸 알고 자기네들이 K-pop을 좋아한다며 말을 건네 왔다(북유럽의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한다). 내가 한국의 어떤 가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한 학생이 "지드래곤, 빅뱅"이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이 친구가 지드래곤이라는 그룹과 빅뱅이라는 그룹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뒤에 지드래곤이 빅뱅의 한 멤버라는 걸 알았다. 이보다 3년 전인 어느 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에게 비타500 음료수를 나눠주셨다. 뚜껑을 열고 마시는데 음료수 한가운데에 어떤 여자 아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실종 아이 찾기 운운하는 문구도 보였다. (지금 생각하니, 실종아이..

이성과 감성 2021.01.27

정치적 중립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가 남의 지갑을 슬쩍 하다가 건너편에 있는 한 승객과 눈이 마주쳤다. 소매치기는 이 목격자를 향해 손에 든 면도칼을 보여주며 입 조심하라는 신호를 건넨다. 목격자는 자신의 안전을 지킬 것인지 정의를 지킬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상황에서 목격자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이 둘 밖에 없다. 그것은 간단히, 범인을 도울 것인지 피해자를 도울 것인지로 요약되는 입장이다. 명백히 이 두 입장 외에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검찰총장의 징계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이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부결되었다. 그 이유인즉, 법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판사 사찰은 중대한 범죄다. 다름 아닌 법관의 정치적 중립 혹은 사법적 소신을 위협하는..

이론과 실천 2021.01.27

절대시간

우리 집 둘째가 수능 공부할 때 봤던 ‘생활과 윤리’ 문제집이다. 간단히 ‘생윤’으로 통칭되는 이 교과는 철학에 가깝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철학을 어떻게 공부하며 철학적 이슈가 수능시험에서 어떻게 출제되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보았다. 문제집을 쭉 넘기는데 한 문제가 눈길을 끌었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 프롬의 [사랑의 기술]의 구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이 부분은 에릭 프롬의 심오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 난해한 내용을 학생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내가 윤리 교사라면 이 한 문제 풀이에만 한 시간 수업을 다 보낼 것이고, 또 충분히 그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문장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부터 쉽지 않다. ‘수동적 감정’이란..

이론과 실천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