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 34

우월한 수능성적이 우월한 지적 역량을 보증하는가?

영어몰입교육이 한창 강조될 시기였다. 초등 현장에서 영어전담교사들에게 영어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증표로 TOEIC 또는 TEPS 시험 응시가 권장되는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몇 번 도전해봤다. 토익은 한 번, 텝스는 두 번인가 쳤는데 점수가 그리 높지 않았다. 토익은 700 후반, 토플은 600 후반의 점수였다.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서 속상했지만 만반의 준비를 해서 다시 도전해볼 생각은 접었다. 빈 말이 아니라 마음먹고 몇 달 준비하면 150점 정도는 충분히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보다 영어공부에 각별히 욕심이 많은 사람임에도 내가 재도전을 하지 않은 까닭은, 그것이 영어 실력 증진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사를 목적으로 하는 취준생이라면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토익 시험이 요구..

교육을 말한다 2021.01.27

공부만 잘 하는 놈들

맹자는 군자의 3락(樂) 중의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이라 했다. 그렇다. 똑똑한 아이 가르치는 재미가 교사가 누리는 최고의 낙일 수 있다. 그런데! 작년에도 올해도 내가 만난 똑똑한 아이들 가운데 “피도 눈물도 없는 전교1등 같은 놈”은 없었다. 아니 내 교직생애 통틀어 생각해봐도 그런 놈은 내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는 이런데, 고등학교는 다른가 보다. 최근 의료파업에 즈음하여 , 고교 교사 페친 가운데 “공부만 잘 하는 놈들”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우울한 추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다. >> 그들은 나에게 연락한 적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이 생각 날리 없음을 내가 잘 안다. 의대를 보낸 다른 교사들 이야기도 비슷하다. 이미 그들은 학교에서 인정받았고 안하무인이었으며 ..

삶과 교육 2021.01.27

돈은 물론 중요하지만...

20년 전에 봤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대사가 문득 생각나는 하루였다.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의 유능한 매니저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는 윗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제안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 맥과이어는 직원들에게 이별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에이전시 회사를 하나 차렸으니 같이 일 할 사람은 따르라고 호소하지만 모두들 냉담한 반응이다. 맥과이어가 비통한 마음으로 문을 나설 때 용기를 내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도로시(르네 젤위거 분)는 훗날 맥과이어에게 자신이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감흥을 받고 싶어요. I care about the job, of course. But mos..

삶과 교육 2021.01.27

결함이냐 손상이냐?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라 불리며 현재 전 세계의 심리학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비고츠키를 우리는 인지심리학의 대가로 알고 있지만, 원래 그의 전공 분야는 장애심리학이었다. 영어 전문 용어로 ‘defectology’라는 것인데, defect가 ‘결함’이란 뜻이기 때문에 이 낱말은 영어사전에서 ‘결함학’으로 옮겨지고 있다. 네이버 영어사전이 뭐라 하건 간에 적어도 비고츠키 맥락에서 이 용어는 ‘손상학’으로 옮기는 게 맞다. 장애인의 대립물을 가리키는 말로 ‘정상인’과 ‘비장애인’은 뜻은 같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장애심리학을 '결함학'이라 일컬을 때와 '손상학'이라 일컬을 때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비고츠키 가로되 “하나의 낱말은 인간 의식의 소우주”인 까닭에, 말의 의미가 다르면 해당 ..

비고츠키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