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 6

교사와 관리자 사이에서

지금까지 교직생활을 해오면서 교장교감선생님들과는 불편한 관계를 맺은 적이 많아도 교사들에게는 그런 적이 잘 없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후배교사들과는 반목하거나 불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 어릴 때부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을 혐오했고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안 되리라 다짐했다.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일정한 자부심을 품어 왔다. 내가 후배교사들과 잘 지내온 것은 나의 이러한 기질 혹은 성품과 관계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이유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교사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내가 관리자가 아닌 교사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몰랐던 이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든 탓이리라. 산마루..

교실살이-2 2021.02.09

다 계획이 있구나!

3주간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오늘 개학을 했다. 온라인 수업인데 창체 시간에 진로교육 과제로 “80살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 자신의 계획을 적기”를 냈더니 아이들이 저마다 기발하고 기특한 생각을 적어냈다. 20대에 운전면허를 따고 60대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답한 아이가 많았다. 그 중 압권은 ‘헤어디자이너’가 꿈인 아이의 글이다. 유치원 때부터 헤어디자이너 되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학원에서 기술을 배우고 졸업한 뒤에는 대학을 가지 않고 헤어샵에서 일을 배운 뒤 자신이 직접 미장원을 차리겠다고 한다. 결혼은 일찍 안 하고 서른이 넘어 할 것이며 아이는 하나만 낳을 것인데 둘이 있으면 서로 자주 싸우기 때문이란다(평소에 자기 동생이 늘 대들어서 불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월요일에 내 강의를 들었던 분인데 강의가 너무 좋아서 자신의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문의를 하셨다. ‘혁신학교 교육철학’이란 주제로 시도한 첫 강의였기 때문에 내 강의의 완성도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광주라는 지역의 특수성이나 강의 주제도 애착이 가서 나름 공을 들여 준비한 강의였기에 뿌듯한 것도 있지만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분이 교사가 아닌 관리자(교감)인 점이다. 연수 참가자 가운데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계신다는 사실을 강의 시작하기 직전에 알았다. 준비한 강의 내용 가운데 “학교 혁신을 위해서는 관리자가 먼저 혁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많이 들어 있어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다소 듣기 불편할..

교실살이-2 2021.02.09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하라

초임교사 시절 어느 학교에서 음악 시범수업을 참관했다. 지역에서 나름 음악교육 전문가로 이름이 나있는 분의 수업이었다. 역시 베테랑답게 적절한 테크닉으로 수업을 잘 진행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 분이 수업시간 내내 아이들을 너무 엄격하게 다루시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유능한 음악교사의 지도하에 아이들은 악기는 잘 다루었지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흡사 장간감 병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협의 시간에 참관 교사들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음악 지도 역량은 탁월하되 음악의 본질적인 가치를 비껴가는 과오가 그 빛나는 장점을 질식시킨다고 생각했다. 존재론적으로 음악은 즐거움을 생명으로 한다. 음악(音樂)에서 한자어 ‘樂’이 음악 ‘악’과 즐거울 ‘락’, 좋아할 ‘요’의 세 글..

교육을 말한다 2021.02.09

교사 교육과정

교육과정에는 여러 수준이 있다. 보통 국가수준-지역수준-학교수준의 세 단위로 나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교육은 국가수준도 지역(시도교육청)수준도 학교수준도 아닌 교실수준의 교육과정 형태로 이루어진다. 왜냐? 교육은 궁극적으로 교사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손끝에서 맺어지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여러 교과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교과는 여러 영역들로 세분화된다. 이를테면 영어교육에서는 말하기/듣기, 독해, 문법 등의 대영역이 있고 세부적으로는 발음, 어휘력, 구문이해력 등의 역량 요소들이 있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자. 초등교사가 모든 교과목에 능통할 수 없다. 이를테면 국영수는 잘 가르쳐도 예체능 교과는 자신이 없을 수 있다. 특정 교과를 가르치는 중등교사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음악교사의 예를 들면, 피아노..

교육을 말한다 2021.02.09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음악 이야기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음악 이야기] 좋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가들에 얽힌 이야기를 시대 순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 비발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둘 다 1685년 생으로 나이가 같고, 비발디는 이들보다 7살이 더 많다. 그런데 생전에 비발디는 바흐와 헨델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스타 뮤지션이었다. # 바흐 이 위대한 음악가가 훗날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바흐는 1723년 38세의 나이로 라이프치히의 음악감독으로 뽑힌 뒤 죽을 때까지 27년 동안 봉직했다. 라이프치히 시의회에서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원하던 유능한 음악가를 뽑지 못하고 2류 음악가인 바흐를 선택했다. 시의회는 실력이 변변..

이성과 감성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