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41

코로나로 인한 동물전시산업의 쇠퇴에 대한 단상

얼마 전 뉴스에서 코로나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굶어 죽을 판국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수익 감소로 인해 먹이 살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너무 웃기는 말이다. 동물들 걱정이 되면 동물이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면 된다. 그게 유일한 인도적 실천이다.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은 동물감옥 외에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아무 죄도 없이 무기수로 이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갇혀 있다. 그러니 동물원 측이 코로나 때문에 동물 걱정을 늘어놓는 것은 고양이 쥐 걱정하는 격일뿐이다. 1983년, 세 살 박이 범고래가 인간들에게 납치되어 세계 최대의 아쿠아리움 씨랜드에 팔린다. 씨랜드가 ‘틸리쿰’이라 이름 붙인 이 아기고래를 잡는 과정이 비인간의 극치를 치닫는다. 떼를 지어 헤엄쳐가는 고래..

코로나가 바꾸는 세상

코로나가 전교조도 바꾸고 있다. 오늘 경북지부 대의원대회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전교조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회의 때 여담으로 나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계속 온라인으로 대의원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9시 조금 넘어 마쳤다. 예전 같았으면 12시쯤 마쳐서 피곤한 몸으로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학교 일을 마치고 퇴근 후 구미에서 포항까지 왕복 200킬로미터를 운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개인의 육체적 피로도 피로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면서 연료비를 소모하고 또 공해를 발생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런데 온라인 회의를 열면 이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을 막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온라인 회의는 동료들의 체온과 숨소리를 느낄 수 없어서 ..

집단적 혐오정서의 위험성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이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에 댓글을 단 한국 네티즌의 행태다.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느니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라며 쾌재를 부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어묵’ 운운하며 비아냥거리는 일베 무리들과 뭐가 다른가? 아니 일베보다 더 나쁘다. 일베는 스스로 보수 혹은 수구적 정체성을 인정하지만 이들은 진보를 가장한 쇼비니스트적 파시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지은 죄가 많고 중하지만 나쁜 것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지 일본 국민은 아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현상에 대해 분노를 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분노의 정서는 구체적이어..

코로나가 바꾼 것

코로나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한편으로 코로나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꾼 측면도 있다. 대기오염이 현격히 줄어들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가 하면 자연에서 동물들이 활개를 치며 다니기도 한다. 인간 삶이 위축되니 동물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학교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청에서 벌이는 각종 행사나 교육사업이 취소되니 교사들이 오직 학생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저절로 조성되었다. 모르긴 해도, 교육청 관계자 분들도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는 교육청 본연의 존재이유를 회복해 보람을 느끼시는 듯하다. 그리고 왠지 올해는 관리자 분들도 코로나로 힘겨운 교사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힘을 실어주시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공공연히 “올해 우리 학교 교장-교감 선생님 너무 착해지셨다!..

1980년 광주와 2020년 미국

현재 미국의 상황과 80년 광주가 너무 비교된다. 둘 다 폭력적인 공권력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민중 항쟁이지만, 전개되는 모양새가 완전히 다르다. 80년 광주가 철저한 자기희생과 헌신 그리고 뜨거운 연대의 결집체라면, 2020년의 미국은 폭력과 약탈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다. 이것은, 이기심과 이타심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천민자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차이다.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80년 전두환정권과 판박이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성난 군중을 달랠 생각은 않고 강경진압을 하겠다는 것도 그렇지만... 전문 시위대가 주도한다느니, 시위 참가자들이 대부분 외부세력이라느니, 극좌파들이 앞장서고 있다느니 하는 워딩이 80년 전두환과 똑같다. 최근 내가 ‘5.18광주’ 관련 글에서 붙인 사진 속의 영문자료(어떤 분이 미국..

5.18과 교사 역사인식의 중요성

오늘은 광주민주화항쟁 40주년 기념일이다.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 작년 5.18 기념사에서 대통령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기념사에서는 또 “왜곡과 폄훼가 더 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임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더 이상 설 길이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비장한 언설은 80년 광주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진행 중임을 방증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교육의 기회가 없는 기성세대의 경우 ‘의식의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다. ..

타지역, 타국민에 대한 혐오를 멈추자

총선 이후 자칭 진보들의 TK 공격이 집단광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여성 시인은 아예 ‘TK=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을 유포하며 경상도를 우리 국민 아닌 적국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넘어 민족감정으로 TK를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대혁명기의 홍위병을 연상케 하는 이 집단적 광기를 보면서 이 나라에 깊숙이 드리워진 파시즘의 징후에 오한이 느껴진다. 나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파시즘 팬데믹이라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함께 가고 있다. 여기엔 필연적인 요인과 우연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파시즘은 본디 국가적 위기를 배경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 파시스트들은 국민대중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희생양을 찾는다.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된 진원지가 대구였다. 그..

진보와 보수

총선 결과에 대해 크게 승리한 정부 여당이 애써 기쁨을 감추며 코로나로 인한 경제 살리기가 급하다며 진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나, 충격적인 참패의 쓴맛을 본 보수 야당이 패배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나름 진지한 자기성찰 모드로 들어간 것 둘 다 보기 좋은 일이다. 민주당에겐 축하를, 미통당에겐 격려를 보낸다. (통상적인 시각과는 반대로 나는) 이른바 진보/보수를 떠나 정치인들의 수준은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시민들은 여전히 지독한 배타정신에 입각한 “아전인수” 격의 평론이 지배적인 것에 큰 아쉬움 느낀다. 특기할 만한 점은, 자칭 진보 성향 사람들에게서 이런 자기중심주의적 경향성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그냥 배타적인 게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혐오정서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집단적 광기가 소름끼쳐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