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타지역, 타국민에 대한 혐오를 멈추자

리틀윙 2020. 8. 2. 00:43

총선 이후 자칭 진보들의 TK 공격이 집단광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여성 시인은 아예 ‘TK=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을 유포하며 경상도를 우리 국민 아닌 적국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넘어 민족감정으로 TK를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대혁명기의 홍위병을 연상케 하는 이 집단적 광기를 보면서 이 나라에 깊숙이 드리워진 파시즘의 징후에 오한이 느껴진다. 나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파시즘 팬데믹이라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함께 가고 있다. 여기엔 필연적인 요인과 우연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파시즘은 본디 국가적 위기를 배경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 파시스트들은 국민대중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희생양을 찾는다.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된 진원지가 대구였다. 그리고 선거에서 TK 지역은 유일하게 민주당이 1석도 없는 곳이다. 그러자 “TK=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이 유포되고, 더욱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진정되어 가는 국면에서 이번에는 또 예천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되었다. 이에 민주당 지지자들로 보이는 댓글러들이 TK를 향해 악담이 아니라 저주를 서슴없이 퍼붓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서 타 지역 동포에 대해 이렇듯 극렬한 혐오감정을 서슴없이 내뱉는 모럴 해저드 현상은 군사정권기에도 볼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들은 소수이며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은 이들의 행보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TK=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할 때...... 나는 현 정부가 지금 이 글에서 말하는 파시즘 유포에 책임을 지고 하루 속히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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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작년 8월 2일 문재인대통령이 던진 의미심장한 화두다. 일본 아베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시킨 데 따른 우리 대통령의 결사항전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나흘 뒤(8.6.) 문 대통령의 오른팔 조국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 “한국인 DNA에는 이순신 정신이 녹아있다”는 말을 트위터에 남겼다.

 

두 정치지도자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부채질해 일본제품을 구매하거나 일본여행 가는 사람을 매국노 취급하는 일본 혐오 정서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극우 아베 정권 입맛대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합의해주며 우리 국익과 자존심을 방기한 박근혜 정부와 차별되는 강단 있는 외교 행보는 칭찬해야 한다. 문제는! 반일정서라는 양날의 칼이 가져올 우환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없었던 점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시사하듯, 일본은 멀리하면서도 가까이 둬야 하는데 문 정부는 멀리하는 일변도로 편향된 것이 문제였다.

 

아니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쁜 것은...... 국민들의 반일정서를 한껏 고조시켜놓고선 그것을 선거에 이용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토착왜구’라는 신조어가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익숙하게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선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라는 해괴한 프레임이 유포되었다. 현 정부와 집권 정당이 의도한 것인지 문빠-조빠 홍위병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이 프레임은 민주당의 압승에 주효했고 미통당은 말려 들었다. 그 최대 피해자는 나경원이 아닐까 싶다. 나경원이 선량한 정치인은 아니지만 토착왜구도 아니거늘...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패자는 말이 없고 승자는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자기 차지인 법이니 The winner takes it all.

 

가장 나쁜 것은, 멀쩡한 TK시민들이 졸지에 토착왜구가 된 것이다. 철부지 홍위병들이야 그렇다 쳐도 영향력 있는 문필가라는 사람(이 분은 노통 지지자, 이른바 노빠로 조회된다)까지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라”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 이 막장 드라마의 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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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가 이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분들이 이러한 결과를 의도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철없는 추종자들이 벌이는 파시스트적 준동을 멈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또 상처받고 위축된 TK 지역민의 정서를 다독여주기 바란다. (DAUM 댓글 작성 기능을 없애면 좋겠다)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이 호응하시지 않겠지만) 이제는 반일감정과 일제품 불매운동을 멈출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향한 집단적 혐오감정 조장은 그 자체로 강력한 학습 효과를 발하여 다른 대상으로 전이되기 마련이다. 일본에 대한 혐오감정이 TK에 대한 혐오감정으로 옮아간 것이다. 그리고 혐오는 혐오를 낳는 법이어서 반일 혐오감정은 그대로 우리 국익 손실로 이어질 것이고, 영남에 대한 혐오감정은 또 다른 지역감정을 유발하며 국론 분열이 초래될 것이다. 이 모든 기괴한 현상이 나는 파시즘의 서곡으로 느껴져 심히 우려된다.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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