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41

공산주의의 반대는 민주주의다?

공산주의의 반대는 민주주의다? 공산주의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한 나라의 전체 국민이 공동으로 생산하여(공산) 공동으로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이에 반해 자본주의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생산관계)를 근간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흔히 공산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민주주의는 좋은 것인데 공산주의는 그 대립 지점에 있으니 나쁘다"는 단세포적 프레임과 맞닿아 있는 것이 문제다. 공산주의의 대립물은 자본주의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공산주의는 경제체제, 민주주의는 정치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대립물은 공산주의가 아닌 군주제 혹은 전체주의, 간단히 ‘독재’라고 말해야 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협동조합과 자영업..

UFO

최근에 미 해군 함정에서 UFO가 목격되어 미국 국회 차원에서 실체 규명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고 한다. 9척의 구축함에서 동시에 목격되었으니 누군가가 허깨비를 본 것이 아닌 것이다. 미 의원들이 국방성에 UFO의 존재 여부에 관한 진실규명을 요구했으나 당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이 괴비행체가 군사 경쟁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의 것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문답 놀이가 바보 같은 질문에 바보 같은 대답임을 알 수 있다. 생명의 근원은 태양이다. 이 광활한 우주에 태양과 같은 항성(별)의 수가 10의 22승만큼 있다. 1에 동그라미가 22개 붙은 이 수치가 얼마쯤 되냐 하면, 지구 전체에 있는 모래알 수보다 더 많다. 그 항성에 딸린 행성이 (수금지화목토천해)처..

학벌주의가 투영된 기형적 집단의식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음에도 국민적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늘 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에는 150명의 시민들이 모였는데, 멀리 강원도에서 버스 타고 오신 분도 계셨다고 한다.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망자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보낸 부모의 비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생면부지의 이웃들이 마음을 내서 함께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고인과 유가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 비상한 사회현상에 대해 나는 몇 가지 면에서 적잖이 불편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한 보름 전부터 수차례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음을 접었다. 어떤 식이든 나의 글이 현재 하늘이 무너진 듯한 슬픔을 맞고 있는 유가족에게 상처로 다가갈 ..

언어의 왜곡은 현실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외래 개념 가운데 우리가 잘못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온정주의가 그 한 예이다. 물 건너 온 개념은 반드시 그 원래 이름 즉, 원어가 뭔지를 살펴봐야 한다. 온정주의에 해당하는 원어는 paternalism이다. 위키피디어에서 이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 살펴보자. Paternalism is action limiting a person or group's liberty or autonomy which is intended to promote their own good. Paternalism can also imply that the behavior is against or regardless of the will of a person, or also that the behavior expresses ..

자녀교육 또한 능력의 문제다

미성숙한 아이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돌보는 성인으로부터 지대한 교육적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갑니다.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점에서 부모는 아동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자입니다. 그런데 교육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가장 흔한 대답은 ‘사랑’일 겁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자질이 있습니다. 학생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일은 환자의 병을 고치는 의술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문제입니다. 환자를 사랑으로 대하지만 의학적으로 무능한 의사를 찾을 사람은 없습니다. 의술은 무엇보다 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녀교육 또한 능력의 문제입니다. ‘사랑’은 모든 부모에게 이미 주어진 자질입니다. 아동학대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특별한 부모를 제외..

골프 예찬론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들지 않는다. 신체 건강에 관한 나의 이 독특한 지론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이라는 존 로크의 금언에 대한 반발로 지은 것이다. 책은 멀리 하면서 운동은 열심히 하는 사람은 대체로 지성이 빈곤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서 저 말을 즐겨 썼다. 지금도 나의 이 말이 틀렸다는 생각은 않지만, 신체 건강의 중요성 자체는 이견이 있을 수 없고 특히 나처럼 나이가 있는 사람에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오십 줄에 접어들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2016년에 맨 처음 검도를 했다. 평소 검도에 대해 특별한 호감이 있어서 입문했는데, 4개월 하고 접었다. 운동이 너무 힘들었던 탓도 있지만, 관장이 수시로 술자리를 만들어 불러대는 것이..

한국의 개신교가 반공주의로 치닫는 까닭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사람 ... 그대는 우리의 가미카제 특공대원 ...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친일 문학가 서정주의 시 ‘마쓰이 오장 송가’의 일부분이다. 마쓰이는 경기도 출신의 21세 청년 인재웅이 창씨 개명한 이름이다. 마쓰이 히데오는 일본군 오장(우리의 하사계급)으로 복무하다가 레이테만 전투에서 가미가제로 미 군함에 돌진하여 전사하였다. 이에 일본 언론에서 천황을 위한 조선인의 숭고한 충정 모델로 대서특필하자 반도의 친일 시인 서정주가 저 따위 시를 써서 일제의 주구 노릇을 한 것이다. 서정주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이자 일제의 패망 직전인..

기독교와 사회주의

이 두 사람(기독교도와 사회주의자)은 같은 길을 여행하며, 두 교리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를 발견함으로써 종국에는 같은 산봉우리에서 여정을 마칠 것이다. -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뎅 진정한 크리스천은 사회주의자가 되어야 하며,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우리 시대의 참 기독교인이다. - 칼 바르트 . 대학 시절 4년 내내 학교 앞 대포집과 당구장을 전전하다가 4학년 2학기에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이 찾아들었다. 난생 처음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첫걸음은 성서를 탐독한 것이다. 성경 속에는 좋은 말이 너무 많았고 그때 새겨둔 금언들은 지금까지도 내 삶과 교직생활에서 철학적 자양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성경에 관..

서곡

지붕 위에서 못 내려오는 소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그 따뜻한 마음 크게 공감한다. 인간에게 내재한 선한 마음으로 맹자의 측은지심이 이런 게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내려오면 뭐하나 어차피 제 명대로 못 살 텐데... ㅠ 소 입장에서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도살장에서 참혹하게 죽는 것 가운데 어느 게 더 나쁠까? 조난당한 소를 애처롭게 생각하는 10분의 1의 마음으로 동물의 불행과 환경파괴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 육식이 나쁘다는 말은 않겠다. 나도 좀 전에 저녁 식사로 소고기 맛있게 먹었다. 다만, 육식을 좀 줄였으면 한다. 과다한 육식문화로 인해 너무 많은 소, 돼지, 닭 등이 사육된다. 너무 많은 가축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도 나쁘지만 가축이 내뿜는 암모니아가 대기오..

언터처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흥미있는 영화 [언터처블]을 보면서 미국 사회에 대해 세 가지 면에서 놀랐다. 마피아로 상징되는 무지막지한 폭력배들이 활개 치고 다니며 백주대로에 잔인한 범죄를 쉽게 벌이는 것도 충격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극악무도한 무리들이 공권력의 비호 하에 법망을 피해가는 점이다. 하지만 강직한 성향의 엘리엇 네스 수사관은 끊임없는 살해 협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네스의 별명이 ‘언터처블 the untouchable’인데, 문자 그대로 ‘접촉하기 어려운’ 즉 매수하기 어려운 사람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 번째로 놀라운 것이 이 글의 주제와 관계있다. 그것은 네스 수사관이 알 카포네에 수갑을 채울 때 죄목이 살인이나 마약매매 따위가 아니라 ‘탈세’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