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49

아침 산책길

오늘 날씨가 쌀쌀한데도 아침활동으로 산책을 나서는 1학년 귀염둥이들을 보면서 작가정신이 발동해 뒤를 밟았다. 추운 날씨가 대수냐는 듯, 선생님 뒤를 따라 나서는 꼬맹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후미에 처진 일부 아이들은 길가에 죽은 비둘기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한 녀석이 “귀엽다!”는 부적절한(1학년답게) 평론을 발설하다가 다른 아이들로부터 비난의 맹공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선생님과의 거리가 멀어지자 가던 길을 서둘러 가는데, 맨 마지막 아이는 그 옆에 있는 지푸라기를 주워 비둘기 위에 올려준다. 차가운 날씨도 죽은 비둘기도 산책길을 나서는 아이들의 덜 뜬 기분을 퇴색시키진 않는다. 죽은 비둘기와의 조우에서 살짝 우울해 질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부터 뭔가 느끼고 배운 바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

다부초 이야기 2017.02.21

교육하는 삶

교실 1/3 정도 크기의 저 좁은 공간이 울 학교 교무실이다. 다부가 다 좋은데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이 공간에서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들러 커피 마시고 담소를 나누시곤 한다. 이 좁은 ‘다부 카페’에 올해는 손님들이 북적댄다. 교무행정사 말로는 올 3월 방문 고객수가 작년 한 해 내내 사람 수보다 더 많단다. 이 한 마디가 예전과 지금 다부 분위기의 차이를 대변해 준다. 학교에서 교직원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날수록 학교 교육이 좋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존 학교에선 이 상호작용의 이면에 아이들의 소외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 시간에 아이들은 한 묶음의 학습지를 떠안고 헉헉 거리는데 교사들은 학년실에서 무익한 수다 떨기로 일관하는 것이 초등교직의 일상적 풍경이 아..

다부초 이야기 201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