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시 마치기가 무섭게 득달같이 교무실로 달려와 체육창고 열쇄를 빌려 간다. 창고 문을 열고 축구공을 꺼내 저렇게 뻥뻥 차댄다. 열심히 잘도 논다!
돌이켜보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저만 할 때 나는 철학에 빠졌던 게 아니라 공놀이에 빠졌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두 가지가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만 할 때 실컷 뛰어 놀았기 때문에 철들기 시작한 어느 시점부터 지금까지 지적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삭막한 세상살이, 그나마 어린 시절 공부 스트레스 안 받고 힘차게 놀았던 것이 큰 밑천이 되어 우리 기나긴 삶의 여정을 버티게 해준다.
심리학에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라는 개념이 있다. 어린 시절 실컷 뛰 놀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의 과업을 수행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삶을 견뎌내기가 버겁다.
다부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실컷 뛰어 놀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인 지구력이 타 학교 출신 아이들보다 강인하다. “저렇게 자유롭게 뛰어 놀기만 하다가 중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려나?” 하는 걱정하는데,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 학업면이나 생활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잘 해낸다.
어릴 때는 신나게 뛰어 노는 게 가장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초기본 학습력만 터득하면 된다. 방과후에 학원 다섯 군데씩 돌리면서 자기 아이가 중간고사에서 올백 못 맞았다고 인상 쓰는 학부모를 보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은 없다.
2016.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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