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노가다와 노작의 차이

리틀윙 2017. 2. 21. 22:55

콩밭 매는 아낙네가 아니다. 연못 가꾸는 아이들이다. 최근에 만든 연못 둘레에 수변 식물을 심고 있는 모습이다.

 

 

 

콩밭 매는 아낙네와 연못 가꾸는 아이들의 차이는 노가다와 노작의 차이로 요약된다.

 

박정희 시절에 우리는 수시로 방천에 나가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곤 했다. 흥미는커녕 아무런 보람도 못 느끼는 점에서 그건 노가다에 불과했다.

 

노가다와 노작의 차이는 자발성의 유무에 있다.

시켜서 억지로 하는 노가다와 달리 우리 아이들은 새로 조성한 연못에 대한 애착을 품고서 연못을 예쁘게 가꾸기 위한 노역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노가다에서 노역활동의 주체는 일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노동의 주체와 노동 객체(=노동 대상, )가 따로 노는 것이다. 일을 할 때는 불행하고 일을 안 할 때 행복을 느끼는 이것이 마르크스가 말하는 소외된 노동이다. 이런 노동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오직 노동은 괴로운 것이라는 뿐이다. 따라서 이런 노동은 교육적으로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노작활동이 아니라 아동학대라 일컫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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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노작활동에서 자발성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그것은 흥미와 책임감이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노작활동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사진 속의 모습처럼 공작 활동에서 아이들은 최고의 집중력과 진지함으로 일에 빠져든다. 이런 노작활동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오히려 종이 쳐서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할 때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흥미가 없는 일에서도 책임감을 느낄 때 아이들은 일에 빠져든다. 내가 다부에 와서 가장 놀란 것 중에 하나가 어제처럼 학교행사(학예회)를 치를 때 아이들이 교사들을 도와 헌신적으로 노역활동에 몰입하는 것이다. 다부초는 학교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강당이 없어서 급식소를 강당으로 쓰고 있는데 학교행사 때마다 식탁과 집기를 다 들어내야 한다. 아이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선 행사를 치를 수 없는데, 이때 많은 아이들은 자기 일처럼열심히 일한다. 상당수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하면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흥미는 전혀 없고 힘들기만 한 이런 단순 노동에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아이들이 1학년 때부터 공동체의식을 길러 오면서 우리 we-feeling”라는 정서가 마음속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걸 보면, 학교는 작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 아이들을 너무 부려먹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공동체의식에 바탕한 책임감이 준비되어 있어도, 너무 잦은 헌신을 요구한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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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 교과 수업시간엔 도무지 학습에 흥미를 못 붙이고 딴전을 피우거나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다. 머리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도 몸쓰기 기회를 주면 학습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다.

 

학교상황에서 교사가 바라는 대로 아이들이 잘 따라오지 않을 때 아이들 탓을 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경우 교육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존 듀이에게 놀이와 공부, 놀이와 일은 구분되지 않는다. 드릴로 나사를 조이고 망치로 못 박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아이는 없다. 이런 활동에선 놀이가 곧 학습이자 노동이다.

 

모든 교과공부를, 모든 교육실천을 이렇게 디자인 하긴 어렵겠지만, 교사와 학교가 고민하는 만큼 즐거운 배움과 행복한 나눔이 있는 학교(다부초 교훈이다)”는 가능하다.

 

 

 

29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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