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3학년이 된다는 것은 고학년 형아들이랑 같이 축구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집단의 규모에 따라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니 이른바 ‘집단 역학 group dynamics’이다. 큰 학교와 달리 소규모 학교에선 연령을 초월하여 선후배 학생 사이에 끈끈한 유대를 맺어 간다. 이런 곳에서 학교폭력이나 왕따 따위는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다.
형아들과 동생들이 어우러지면 ‘근접발달지대(ZPD)’가 형성되어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학습’이라 의식하지도 않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학습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 속의 상황은 코너킥 장면인데, 라인도 그어 놓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적당한 곳에 공을 세워 놓고 나름의 잠재적 룰에 따라 원만한 경기 운영을 펼친다. 가끔 “핸들링이다 아니다” 하며 작은 분쟁이 발생하지만 이내 해결된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과정이 심판이 없이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자기주장을 너무 강하게 내세워 경기가 지연되면 결국 모두가 손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하자면 대승적 차원에서 자기정화 역량, 비고츠키의 용어로 self-regulation(자기 규제, 자기 조절) 역량을 배워 가는 것이다. 이것은 훗날 민주시민의 자질로 연결될 것이다.
큰 아이와 어린 아이가 같이 놀면 후자가 전자에게 배울 것은 있어도 그 역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품기 쉽다.
하지만, 어린 동생들을 이끌면서 큰 애들은 리더십이라는 중요한 자질을 학습해 간다. 그리고 인간은 남을 가르칠 때 가장 많이 배운다는 것은 “배움의 공동체” 이후 교육현장에서 하나의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요컨대, 형아들과 동생들이 어우러지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의 긍정적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놀이터(playground, 운동장)가 가장 큰 배움터이건만, 한국의 놀이터에선 아이들을 잘 볼 수 없다. 학원에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후 4시까지 학교에서 맘껏 뛰 노는 우리 다부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다. 즐겁게 실컷 뛰 놀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히 자란다. 그리고 학원에서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값진 학습을 해간다.
201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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