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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가 투영된 기형적 집단의식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음에도 국민적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늘 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에는 150명의 시민들이 모였는데, 멀리 강원도에서 버스 타고 오신 분도 계셨다고 한다.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망자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보낸 부모의 비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생면부지의 이웃들이 마음을 내서 함께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고인과 유가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 비상한 사회현상에 대해 나는 몇 가지 면에서 적잖이 불편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한 보름 전부터 수차례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음을 접었다. 어떤 식이든 나의 글이 현재 하늘이 무너진 듯한 슬픔을 맞고 있는 유가족에게 상처로 다가갈 ..

어른들과는 다른 사고의 패러다임

내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공주와 달’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공주는 원하는 것은 뭐든 가져야했고 그 철부지를 너무도 끔찍이 여기는 왕은 그의 소원을 다 들어 주고자했습니다. 어느 날 공주는 밤하늘의 달을 왕에게 따달라고 졸랐습니다. 왕이 대신들을 불러 모아 공주를 위해 달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하달하자 신하들은 하나 같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시종장은 달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못 따온다 하고 왕국에서 가장 똑똑한 수학자는 달까지의 거리가 38만 킬로미터나 된다는 전문적인 식견을 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달에 대한 공주의 집착은 더욱 커져만 갔고 급기야 달을 따 줄 때까지 밥을 먹지 않겠다며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왕의 ..

뜻밖의 편지

‘스승의 날’을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어제 재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로부터 편지를 전달받으면서 알았다. 2019년에 이 학교에 부임해와서 3년째 3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첫해의 아이들이 무척 힘들었다.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말썽꾸러기들이었고 여자 아이들 중에도 성격이 거칠고 공격적인 아이들이 많아서 단 하루도 사건 사고가 그칠 날이 없었다. 그때 아이 가운데 두 여학생이 편지를 전하러 우리 교실에 들렀다. 실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두 아이다. 하나는 그 혼란스러운 집단 내에서 가장 반듯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이고 다른 하나는 내 교직생애에서 가장 “무질서한” 아이다. 앞의 아이가 편지를 주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울 바 없지만, 뒤의 아이는 정말 뜻밖이었다. 기초학습 능력이 바닥에 있어 공부 시간에 매..

교실살이-1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