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대표하는 한 문장인데,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을 갖는 분들 가운데도 이 명제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경우를 자주 봤다. 유물론의 진수가 담긴 이 명제는 사실 상식 그 자체로서 철학적 입장과 무관하게 모든 존재 방식에 적용되는 철칙이다. 이를테면, 자동차보험회사에서 피보험자의 연령이나 결혼 여부에 따라 보험수가를 달리 매기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피 끓은 청년과 원숙한 중년, 가족이 딸린 사람과 자유로운 독신은 존재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 운전’의 의식이 다른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더욱 실감나는 예로 요즘 이 나라 중학생들의 극악무도한 비행 행각을 생각해보자. 30여 년 초등교사로 지내고 있는 내 경험으로 초등 아이들은 내 초임 시절인 80년대 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