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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할아버지

10년 전쯤 4학년 담임할 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것을 알고서 깜짝 놀랐다. 그 뒤로 3학년 아이들에게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묻는데, 매번 긍정하는 입장과 부정하는 입장이 반반으로 나뉜다. 올해는 국어 수업에서 주장하는 글 단원을 배울 때 이 문제를 다뤄 의견을 물어봤다. 주장을 내세울 때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하면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각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을 말해보자 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왔다. #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 학생-1) 산타가 있기 때문에 선물을 받습니다. 산타 마을도 있는데 산타가 없겠어요? 산타는 굴뚝으로만 들어온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못 들어온다고 생각..

교원평가 3

교원평가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욕설 봉변을 당한 그 여선생님은 미술 학원을 운영하다가 학생 교육에 각별한 열정을 품고 늦깎이로 학교 교사가 된 분이시라 한다. 그런 만큼 평소 수업 준비도 많이 하시고 학생들에게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애쓰시는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만족도 조사에서 많은 학생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한 학생들이 남긴 풍성한 호평은 단 한 명의 악동이 무심히 던진 한 마디의 욕설을 상쇄하지 못한다. 교사는 AI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지닌 인간에게 어떤 활동에 대한 보람과 희열은 손익계산서로 환원되지 않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이렇듯 교원평가는 교육적으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작년에 실시하지 않길래 우리 교사들은 교육부가 이 제..

교육을 말한다 2022.01.23

교원평가 2

초중고 12년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노라면 사실 존경스러운 스승이 잘 없다. 그리고 교사가 되어 현장에 발을 내디뎠을 때의 학교와 교사 모습도 크게 내 학창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폭력과 억압 그리고 촌지로 얼룩진 교단의 풍속도가 너무 싫었고 그들과 동화되지 않기 위해 내가 선택한 길이 전교조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참교육을 신봉하며 정말이지 치열하게 실천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학부모 편에 섰다. 그 덕분에 동료 교사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정의는 약자 편에 있다고 믿는다. 그 시절엔 학부모가 약자였다. 그러나 지금 학교는 완전히 딴 세상이 됐다. 교사-학부모의 역학관계가 전도되었다. 학부모에게 교사는 더 이상 갑이 아닌 을의 처지에 있다. 학생에..

교육을 말한다 202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