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멀리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리틀윙 2022. 1. 23. 18:16
선천적으로 나는 ‘잔머리’가 발달한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언제 어디서든 늘 잔머리를 굴리며 골똘히 생각하는 습성이 있었다.
골프 연습을 하면서도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무슨 운동이든 몸과 함께 머리를 쓰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특히 골프는 머리 쓰기가 많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을 멀리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머리를 많이 썼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공을 멀리 보내는 것보다 똑바로 보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골프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이 자명한 이치를 우리 일상과 연결지을 때 꽤 의미심장한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된다. 이 이치를 이해하기 위해 골프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림으로 설명을 곁들일 필요를 느낀다.
구글에서 적절한 사진 자료를 못 찾아서 내가 맨 처음으로 필드에 나갔을 때 찍은 사진을 올린다.
 
내 등 뒤로 까마득히 펼쳐져 있는 먼 곳으로 공을 보내야 한다. 골프는 어떻게든 타수를 줄여야 이기는 게임이다. 사진의 홀(hole)은 5번 만에 넣으면 기준 타수(par)가 된다. 프로 골퍼도 이 홀은 최소 세 번은 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타수를 줄일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처음부터 공을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멀리 보내기 위해 공을 세게 치려 한다. 문제는, 세게 칠 경우 올바른 방향(페어웨이 fair way)을 벗어날 가능성이 많은 점이다. 사진의 좌우측에 보이는 나무속으로 공이 들어가면 벌칙으로 2타가 추가된다. 이것을 OB라 하는데 “경계를 벗어남out of bounds”의 줄임말이다.
 
만약 골프 필드의 페어웨이가 야구장처럼 90도의 부채꼴로 되어 있다면 무조건 세게 치는 게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필드의 페어웨이는 기차선로처럼 나란한 두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공이 12시 방향으로 똑바로 나아가지 않고 약간이라도 좌우로 벗어나면 경계선(bounds)을 벗어날 수 있다.
 
여기서, OB가 되고 안 되고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있다. 공이 날아가는 거리다. 12시 방향을 벗어난 각도가 5도 쯤일 경우, 비거리가 짧으면 OB가 안 되지만, 비거리가 멀면 OB가 된다. 즉, 공을 멀리 보낼수록 OB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골프는 참으로 공평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습장에서 힘 자랑 하기 위해 공을 멀리 뻥뻥 쳐대는 사람 옆에서 체격이 왜소해서 비거리가 짧은 사람은 기가 죽지만, 막상 필드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좋은 성적을 얻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를 안 뒤로 나는 연습 방법이나 전략을 수정했다. 요즘은 공을 멀리 보내기보다 정확한 방향으로 보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멀리 보내는 방법도 계속 궁리하고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거리보다 방향이 절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고자 한다.
 
이 이치를 우리 삶에서도 적용하면 의미있는 각성이 찾아든다.
집단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작은 사람은 무지하고 무능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성과 철학이 빈곤한 사람이 중요한 위치에서 권력을 휘두르면 집단 구성원들 모두가 불행해진다. 그가 맡은 역할이 중요하면 할수록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일국의 대통령 될 사람의 품성과 자질은 얼마나 중요할까?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