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낱말은 영어보다 우리말이 훨씬 어렵다. ‘추상’이라는 낱말이 그러하다. 추상에 해당하는 영단어 abstract는 1)형용사 2)명사 3)동사를 동시에 함의한다.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형)은 추상적인, (명)은 추상, (동)은 추상하다가 된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형용사로서 ‘추상적인’이란 말은 잘 써도 명사 ‘추상’과 동사 ‘추상하기’는 거의 안 쓴다. 낱말을 쓸 일이 없으면 해당되는 개념이 우리 관념 속에 자리하지 않는다. 명사로서 ‘추상’이란 낱말 대신 ‘초록’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사실 초록(抄錄)은 추상이란 말보다 더 어렵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써본 사람은 논문 말미에 ‘영문초록’이란 것을 작성한다. 논문 내용을 압축하여 영문으로 나타낸 것이 영문초록인데, 영어로 ABSTRACT(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