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츠키

정신의 도구: 비고츠키 유아교육

리틀윙 2014. 6. 28. 10:25

<정신의 도구: 비고츠키 유아교육> (이화여자대학출판부)

이 책 너무 좋다. 비고츠키를 공부하고픈데 <생각과 말>이나 <마인드 인 소사이어티> 읽으면서 좌절감을 느꼈던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엘레나 보드로바/데보라 리옹가 지은 이 책을 읽으면 비고츠키의 두 책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들이 쉽게 이해된다. 거꾸로 어렴풋하게나마 비고츠키의 책을 읽고 나서 <정신의 도구>를 읽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양자가 서로 보완되는 상승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나의 인문학 탐구 여정에서 마르크스를 알기 전과 이후가 질적으로 구별되듯이, 교육학 탐구에서는 비고츠키를 전후로 구별될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인물은 닮음꼴이다. 비고츠키의 교육이론이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해 있으며, 두 인물 모두 천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30대에 요절한 탓에 비고츠키는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에 비견되며 그의 작품 [생각과 말]은 교육학의 자본론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비고츠키와 동시대 인물로 같은 학문 분야인 인지심리학에서 유명한 학자가 있으니 교대나 사대 학생들이 골머리 썩으며 달달 외웠던 인지발달이론의 쟝 피아제(Jean Piaget). 비고츠키의 이론은 피아제의 이론을 반박하면서 정립되었다. 피아제는 비고츠키의 비판을 대부분 수용했고 그에 힘입어 후기엔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여 발표하였다. 말하자면, 인지심리학 배틀(battle)에서 비고츠키의 압승이라 하겠다. 그러나 피아제가 없었다면 서른 후반까지밖에 못 산 비고츠키가 그토록 위대한 학문적 족적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은 당연하다. 요컨대, 피아제의 이론이 테제로 있었기에 그 안티테제로서 비고츠키의 이론이 순조롭게 탄생할 수 있었다. [생각과 말]은 비고츠키가 피아제의 이론을 요목조목 비판(정확히 말해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 변증법의 기본이다. 어떤 이론이든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은 없는 법. 30대에 요절한 탓에 비고츠키의 사상체계 또한 미완의 대기(大器)일 뿐이었다. 그의 이론은 역량있는 많은 후학들(레온테프, 루리아 등)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또 이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되어 오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 [정신의 도구]가 바로 그러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비고츠키 유아교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초중등교육자에게도 매우 유익한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비단 교육자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이 책을 공부하면 정말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다. 사실 부모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고 위력적인 교육자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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